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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 CHANG HONG '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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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 Museum 7월호 2009/07/09
    


제목 : 큐레이터의 눈 (16) 안창홍 개인전 “흑백거울: 마치 유령이나 허깨비들처럼”

큐레이터의 눈

(16) 안창홍 개인전 “흑백거울: 마치 유령이나 허깨비들처럼”

필자와 양평 작업실에서 인터뷰  중인 안창홍 작가. 뚝심과 신념의 소유자답지 않게 그의 웃음과 표정은 어린아이처럼 순박하기만 하다

안창홍 작가에 대한 단상
  안창홍은 주지하다시피, 한국화단에 잘 알려진 작가이다. 안창홍 만의 독특한 색채를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항상 ‘쎈’ 느낌을 주는 마이너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있되, 묘한 매력으로 가슴을 파고드는 그런 작품으로 말이다. 그런 작가에 대한 단상을 ‘큐레이터의 눈’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필자에게 안창홍은 작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을 말이다.  


  안창홍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항상 자신만만해 하는 작가이다. 4년 전, 양평 작업실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2006년 사비나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그린 작품들을 보며 “이렇게 잘 그리는 작가는 드물끼다.(‘드물 것이다’의 경상도 사투리) 참 잘 그리지 않나” 하면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물론 작품성과 그만의 회화적 손맛에 동의하는 바이지만, 어찌 자신의 입으로 자화자찬을 하는지 싶어 뜨악한 기분이 없지만은 않았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안창홍 작가의 양평 작업실 전경


  그러나 작가와 지난 몇 년 동안 알고 지내면서, 어떻게 해서 자신의 작품에 그토록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것은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있는 미술계에서 작품성 하나만으로 승부하고 있는 작가의 꿋꿋한 목소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작가는 항상 좋은 작품으로 말해야한다는 아주 초보적인 진리를 꾸준히 표출하고 있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옳다고 믿고 있는 사실에 관해서는 냉철할 정도로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만의 자신감은 그의 ‘쎈’ 작품을 지탱해주고 있는 하나의 힘이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또 다른 단상은 작가와 사비나미술관과의 인연이다. 사비나미술관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안창홍일 정도로 그는 사비나미술관의 특성을 대변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사비나미술관과  안창홍 작가와는 지난 1999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0년 넘게 인연을 맺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이명옥 관장님과 안창홍 작가와의 두터운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 항상 안창홍 작가의 작품을 보면 감동의 울림이 오고 가슴 설렌다는 관장님과 관장님처럼 그렇게 올곧은 사람이 없다는 안창홍 작가의 말씀은 두 분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오프닝 날,  필자와 이야기 중인 안창홍 작가(왼쪽에서 두 번째 안경 쓴 이)


  안창홍 작가에 대한 마지막 단상은 항상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작가라는 점이다. 이전에, 작가는  민중미술 계열의 작가로 평가받으며, 그 시류의 중심에 섰고, 시대상을 대변했다. 항상 시대 속에 인간을 중심에 놓고 사유했다는 뜻이다. 그는 잘못된 시대에는 올바른 삶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했으며, 작품을 통해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예술가는 시대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하며, 시대를 품으며 아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다.


  적어도 필자에게 안창홍은 이런 작가이며, 사람이다. 이번 전시 <흑백거울: 마치 유령이나 허깨비들처럼>를 진행하는 큐레이터의 입장을 떠나, 그의 작품세계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도 안창홍 작가의 작가다운 기백을 존경하고, 작품으로 감동받는다.

안창홍 <흑백거울>
  지난 5월20일 사비나미술관에서 개막, 오는 6월28일까지 열리는 26번째 개인전에서 안창홍 작가는 흑백의 누드화에 집중하였다. 다양한 직업과 사회적 위치를 가진 남과 여의 육체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대형 카우치 시리즈를 비롯한 총 10점의 작품이 사비나미술관 전관에 전시되어 있다. 아름다운 육체를 탐미적인 관점에서 드러낸 것이 아니라, 역사적 함의를 내포한 육체의 신성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흑백의 색조와 몇 배로 확대된 대형 사이즈로 인해 에로틱한 살갗의 느낌보다는 경건하고, 장엄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전문모델이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범인(凡人)을 모델로 삼았다.



안창홍의 ‘베드 카우치 7’, 2009, 캔버스에 유채, 227 × 145cm


  칠순의 농부, 간호사, 학생, 홍대 앞 호프집의 아르바이트생, 킥복싱을 취미로 하는 디자이너 등 작품 속 등장인물은 모두 우리 시대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은 그들의 몸을 통해 솔직히 표현된다. 타자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는 그들의 신성한 몸은 안창홍의 눈과 몸을 거쳐 특유한 지점에 위치된다. 그래서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은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는 것이다. 모델의 모습에서 날 것의 어떤 느낌을 포착한 작가는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작가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쎈’ 그림이다.


  작품을 보기 위해 일부러 전시장을 찾은 한 기자는 작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작품에서 강한 기(氣)를 느꼈다고 말했다.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델의 시선, 너무나 당당히 벗은 육체, 거침없는 붓질 등은 작품에 강한 힘을 불어넣고 안창홍만의 독특한 아우라(aura)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림에 담론 생산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다양한 장치를 통하여 평범한 모델의 내면에서 안창홍 작가는 그 무엇을 끄집어내고 있다.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당당한 시선이 그대로 모델을 통해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안창홍의 ‘고통받는 새’, 1987


안창홍 작가와의 인터뷰
  이번 전시의 도록에서는 작가 인터뷰와 작가의 작업노트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한 작품을 이해하고, 한 작가의 작업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렸는지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가 생각하는 미술관 큐레이터의 역할은 이러한 과정을 관객에게 충실히 전달하는 것이 의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등장한 모델에 대한 생각과 작업에 대한 이야기, 작가로서의 자세 등을 작가의 입을 통해 직접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현장감 있게 기록하여 작자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도록을 만들고자 했다.


-“예술가라면 그 시대를 아파하든 그 시대를 자랑스러워하든 그 시대에 동참해야 하는 거야. 외면해서는 안되지. 화가의 눈은 항상 깨어있어야 해. 모더니스트여야 하고 그 시대의 아방가르드여야만 돼. 구태의연해서는 안 돼. 데카당스하고 도덕의 틀에서도 해방되어야해. 끝없이 실험하고 늘 반역을 꿈꾸는 자유인이어야만 한다는 말이지. 예술은 자유와 저항, 그것을 뿌리로 가치있는 정신의 꽃이 피어나는 거지.” <안창홍 인터뷰 중, 2009>


안창홍 작가의 양평 작업실 내부


끝맺으면서
  안창홍 작가는 언젠가 필자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은 깊게, 표현은 명료하게”를 말한 적이 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무엇을 그렸는지 모르는 깊이 없는 난해한 작품들이 많다면서, 씁쓸히 웃었다. 정말 좋은 작품은 다가가기 쉬워야 하되, 보면 볼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실현하기 쉽지 않은 명제이다. 예술가는 좋은 작품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작가의 투철한 직업정신이 28년 넘게 전업  작가로 살아온 안창홍의 변함없는 신념이고, 근원인 듯싶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늘 모더니스트이고 아방가르드적 정신을 표출하고자 하는 작가의 호흡과 함께 그의 회화작품에서 와 닿는 손맛의 진수를 만끽하기를 바란다.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세상을 올곧게 바라보고자 하는, 솔직하고도 순수한 그의 작가정신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선미 사비나미술관 큐레이터
2009. 6. 8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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