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기사모음
AHN CHANG HONG '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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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창홍展 - 강홍구 2004/03/15

안창홍 〈심장〉(왼쪽) 캔버스에 아크릴 227.5×161.5cm 2002 〈메이드인차이나〉(오른쪽) 캔버스에 아크릴 194×97cm 2002
죽음은 공포스럽다. 그 공포 때문에 우리는 모두 죽음의 반대 방향으로 달리려는 지독히 원초적인 본능이 있다. 그러나 모든 생명은 한 방향으로밖에 달리지 못한다. 바로 죽음을 향해서다. 죽음의 공포를 피해 열심히 달리기 때문에 결국 죽음을 맞는 아이러니는 우리의 운명이다. 그 운명은 우리 사회 어디에나 가득 차 있고 심지어 시스템화되어 있다. 최근에 뉴스가 된 개구리 소년들의 사체는 그 죽음을 둘러싼 모든 반응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죽음의 원인, 죽음의 책임, 죽음의 상태, 죽음의 과학, 죽음의 문화에 관해서. 그리고 결국 죽음이 죽은 자들의 것이 아니라 산 자들의 것임을, 산 자들은 죽음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안창홍은 마치 그런 것들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죽음을 채집하고 분류해서 보여 준다. 분류해서 손질된 사진 속의, 일상 속의, 상상 속의, 목격담으로서의 죽음의 이미지들은 전시장에서 넘쳐난다. 그리고 그 죽음은 분노, 저주, 허망과 허무, 상상력으로 치장되거나 감싸진다.
이미지들은 죽음 자체보다는 이미지 자신을 지향한다. 먼저 손질된 사진을 보자. 사진은 직접적인 만큼 그 자체가 죽음이므로 이미지들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화가, 혹은 자신이 드러난다. 파리채를 쥐고 있건, 이를 드러내고 있건 사진 속의 인물들은 죽었음으로써 죽음을 넘어서 버렸다. 그리고 이미지화함으로써 죽음을 분해하고 인위적인 방식으로 죽음에 저항한다. 화가는 그 앞에서 그것을 본다. 죽은 자들의 사진 앞에서, 이미 완성된 죽음 앞에서 나는 죽음을 보았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죽음 위에 또 죽음을 덧붙이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그는 사진들에 색을 칠하고, 뭔가를 그려넣고, 파리채를 쥐어 준다. 이에 비하면 몽골 그림들은 너무 직접적이어서 죽음이 죽음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물화된 뼈만 남은 인팔라의 시체는 죽음이 아니라 흔적이다. 그에게서는 시체선호증 냄새가 나고, 그 냄새는 이상하게 인위적이다. 관념화된 드로잉에서 그 인위성은 허망하다. 대신에 여자들을 그린 회화들은 죽음에 더 가깝다. 그 시체 화장에 가까운 색채와 드로잉은 삶과 죽음을 뒤섞어 약간의 에로틱함으로 감싸면서 부패의 냄새를 풍긴다. 그 부패는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는 상태를 영구화한다. 적어도 관념적으로.

그리고 그것이 집약되어 보이는 것은 그의 자화상이다. 생명을 생산하는 도구이기를 멈춘, 실물감 없는 페니스를 가진 인물의 허벅지에는 구더기가 들끓는다. 도록 앞에 실린 성완경의 글에 따르면 그 상처는 어린 시절 자해의 흔적이다. 어쨌든 구더기들은 살과 삶을 파먹고 죽음을 먹어 치운다. 구더기 의학요법이 그렇듯이 살 속의 구더기들은 썩고 죽은 조직들을 먹는다. 그럼으로써 살아 있는 조직은 재생한다. 죽은 부분을 구더기에게 떼어 줌으로써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기이한 패러독스다. 이것은 결국 삶이 삶의 일부를 죽음 쪽에 던져 줌으로써 지탱된다는, 삶 속에 늘 죽음이 있다는 은유다. 안창홍은 이 밖에도 더 많은 죽음에 대해 말한다. 중국제 움직이는 싸구려 장난감과, 사이보그에 대해서.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도처에 죽음이 가득 차 있음을 이미지화한다. 어쩌면 그는 그가 그린 개처럼 죽음의 눈치를 살살 보며 똥을 누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리고 결국은 채집된 곤충과 콜라 캔처럼 납작하고 시커멓게 형해화될 것이라는, 피차 다 알고 있으나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실을.

강홍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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