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여행기
AHN CHANG HONG '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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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기행16 - 그것은 묵시록을 경험하는 것 같은, 200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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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아침
까마귀 소리에 잠을 깨다. 밖은 아직 캄캄하다. 몇 시나 되었을까? 창밖에서 들리는 소리로만 가늠하기가 어려운 것이 인도의 밤시간이다. 거리가 늘 밤이 새도록 붐비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유달리 밖이 소란스럽다. 까짓 것 시간을 알면 뭐하랴. 때가 되면 해는 떠 오를 것이고 하루는 시작이 될 것이 아니겠는가.

누적된 피로가 아직 채 풀리지 않은 듯 몸이 찌푸둥하고 근육통이 있다.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이 어제 종일 따가운 햇살에 익어 불그스레하다.

우리는 어슬렁 어슬렁 걷다가 근처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하곤 다시 걷는다. 남루한 아낙들이 금방 비질해 논 깨끗한 길바닥. 쓸면 뭐하나 금방 쓰레기가 가득할걸, 사람들은 종일 길바닥에 버리고 그 위를 종일토록 빗자루로 쓸어대는 이들의 남루한 삶, 한쪽 켠에 모아둔 쓰레기 더미는 까마귀와 개들의 먹이 창고 겸 놀이터가 됐다간 다시 흩어지고…

박물관 문 열기를 기다려 9시30분에 티켓을 산다.
꽤 비싸다. 내국인은 20루피, 외국인은 250루피(우리 돈 7500원)다.박물관은 여러 동의 오래된 석조건물로 나눠져 있고 사이사이에 울창한 나무숲과 비포장 산책로가 있다. 먼저 청동박물관을 둘러본다. 브론즈 조각상들이 정교하고 예술적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한 만큼 자연사 박물관은 청결하지도, 쾌적하지도 않고  현대에 걸맞게 디지털화된 편리함은 아예 찾아 볼 수가 없건만 발로 뛰며 수집한 자료들이 놀라울 만큼 교육적이고 생생하게 전시장을 메우고 있었다. 수많은 표본들을 꼼꼼히 살펴 본다. 이곳에 비하면 우리나라 박물관들이 얼마나 권위적이고 비 전문적이며 불성실한가. 몇 해 전에 가보았든 아주 잘 갖춰져 있는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보다  내 눈에는 이곳 박물관에 더 생생한 현장감이 있었다.

박물관 전시물들의 교육적 성과나 당위성과는 별개로 이와 유사한 전시실에 들릴 때 마다 늘, 섬 득하고 특별한 기운과 죄의식이 나를 옥죈다. 새들과 돌고래며, 사슴들, 진열장 속에 전시된 온갖 동물들의 먼지 쌓인 유리눈알을 바라보며 인간들의 과잉 된 오만 때문에 들이닥칠  미래의 재앙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은 묵시록을 경험하는 것 같은 잿빛 두려움이고 인간의 폭력적인 야만과 이기로 인해 빚어질 미래에 대한 치유불가능한  절망감 때문일  것이다. 국민학교 시절 학습을 위한 표본실 견학 때에 경험한 두려움과 안쓰러움, 진정시킬 수 없이 마구 뛰든 가슴, 그 이후  지금껏 늘 가위 눌림처럼 따라다니는 공포,

인간은 얼마나 더 오만하고 사악해져야 이짖거리를 멈출것인가.

   인도 기행17 - 아듀2007. [6]
   인도 기행15 - 끝없는 길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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