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여행기
AHN CHANG HONG '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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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남은 여정에도 이처럼 행운 있으라."(19) 200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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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 산간마을 학생들의 웃음.




포카라 가는 길은 내내 기분이 좋았다.

이번 여행길은 계속해서 평안 무사함이 우리를 보호해준 것이다.

떠나오기 전 인도와 네팔이 우기라 내심으론 걱정을 했었는데

오히려 비가 기온을 서늘하게 만들어 주고

델리에선 매연과 길에 흩어진 오물들까지 청소해 주니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이곳은 배수 시설이 열악하여 비가 쏟아지면

물이 발목까지 차 올라 순식간에 강물처럼 낮은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햇살과 차창으로 밀려드는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곤

졸음을 쫓으며  스치는 풍경을 바라본다.

4 시간 남짓 산길을 달려 도착한 포카라는 첫인상엔 잘 정돈된 도시로 보였다.

우리가 찾은 호텔cosmos는 손님이 우리뿐이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위치 좋은 방을 싼값(200루피=3000원)에 구하였다.

여장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낯선 동네라 길도 익힐 겸하여 꽤 먼 곳까지 걸어가 보았다.

커다란 호수 주변으로 운집한 여행자를 위한 시설물들이 모여 있는데

비수기라 문을 닫은 집들이 드문드문 눈에 뛰었다.

주인말로는 우리가 운이 좋단다.

며칠 전까진 계속 비가 오고 날씨마저 무척이나 더웠단다.

정말 운이 좋은 것일까? 과연 그럴까?

여행 중 정말 좋은 운이란 어떤 것일까? 여행의 의미가 무엇인가?

편안하고 쾌적함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뜻밖이고 특별한 경험이 없다면 이야깃거리조차 없는

무미건조한 여행이 되고 말 것이 뻔한 노릇이 아니겠는가?

이곳저곳을 기웃 그리며 걷다 보니 너무 먼 길을 간 것이다.

돌아오는 길이 만만찮아 보였지만 버스가 눈에 뛰질 않아 걷기로 하였다.

좀 피곤하긴 했지만 "애라 모르겠따!"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터벅 터벅.

저녁에 먹을거리를 사러 들린 조그만 구멍가게에

웃음이 예쁜 소녀가 있어 사진을 찍으며 말도 통하지 않는 농을 건넨다.

우리를 보며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까르륵 목젖을 보이며

웃어젖히는 모습이 길 들여지지 않은 날다람쥐같이 신선하다.

주홍 색 원피스에 흑갈색피부와 분홍빛 발바닥, 가지런하고 하얀 이빨,

검고 굽슬거리는 머리카락, 짙은 반달눈썹과 야성적이고 맑은 눈빛,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성인과 아이의 중간쯤 되어 보이는,

이국 소녀의 넘치는 매력은, 오아시스처럼

먼 길을 오느라 고단한 여행자의 마음마저 씻어주었다.

훨씬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다시 길을 걷는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후배와 나는 시원함을 느끼며 유쾌하게 제잘 된다..

방금 돌아서 나온 가게의 소녀에 대하여, 그 소녀의 어머니에 대하여,

곁에 있든 또 한  여자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곁에 있든 청년에 대해서도 몇 마디 한다.

남자들에겐 때론 여자에 관한  이야깃 거리가 활력이 된다.

그것은 여자도 마찬가지이리라.

후배가 묻는다.

"형, 오늘 저녁은 과일로 때우까?"

내가 답한다.

"조오치!"

과일 가게에 들러 과일을 고르고 값을 치르는 사이 후두 둑 빗방울이 듣는다.

거리가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몸을 움직여볼 겨를도 없이

길 위엔 자욱이 물안개가 인다. 쏟아지는 감으로 보아 쉽게 그칠 비가 아니다.

"우리 그냥 비 맡고 가자"

"여권과 카메라는?"

"비닐봉지에 싸면 되지"

비닐봉지를 얻어 카메라를 싸고 과일을 나누어 품에 안고 빗속을 나선다.

어슬렁거리든 소들마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거리엔

움직이는 것이라곤 쏟아지는 폭우와 우리 둘 뿐이다.

다리 긴 후배는 쏜살같이 달려 저만치 앞서간다.

필시 앞에 내리는 비까지 먼저 다 맞으려는 것이리라. 욕심도 많치, 츳츳!

거리를 흐르는 빗물은 금세 발목까지 차오르고 발등위로 물살마저 느껴진다.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으…흐..흐..흐 "

온몸으로 빗줄기의 진동을 느끼며 낯선 거리를 천천히 천천히 걷는다.

비는 더욱 세차게 쏟아진다.

모자를 적시고 머리카락을 적시고 겨드랑이를 타고 내려

자지와 불알과 사타구니를 타 내려가는 빗줄기의 시원함을 그 누가 알랴!

쏟아지는 빗줄기로 이렇게 뜻밖의 시원, 통쾌함을 맛볼 수 잇다니!

아! 축복 받은 여행이여!!

"마지막 남은 여정에도 이처럼 행운 있으라."

호텔에 들어서니 주인의 눈이 놀란 토끼 눈이다.

젖은 옷을 벗고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한 후 마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덕분에 빨래까지 하였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낮에 먼 길을 달려왔고 많이 걸은 데다 비까지 맞았으니

무겁고 달콤한 피로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나를 쓰러트린다.

그렇게 포카라의 첫 밤은 꿈도 없는 깊은 잠으로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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