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여행기
AHN CHANG HONG '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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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시작 - 델리를 향하여- 201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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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행용 모자.
여행을 떠날때  늘  같이 하는 몇가지의 애장품이 있다. 그중 하나가 모자이다. 여행용 모자를 눌러쓰야 비로소 "아! 이제 떠나는구나" 하곤 속으로 중얼 그린다. 떠나기 훨신 전부터 거울 앞에서서 모자를 썻다 버섰다를 되풀이하며 여행의 감흥에 미리 젖어 보기도 한다.



2011.7.12. 날씨: 국지성 호우.
영종도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은 쏟아지는 장대비로 시야가 흐렸다. 날씨 탓일까? 일년여 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이건만 마음이 설레거나 들떠 지도, 그다지 즐겁지도 않다. 잦은 여행 탓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헝클어진 실타래같이 풀어내기가 쉽지않은 작업방향에 대한 생각들과 산적해있는 일들을 내팽기쳐 두고 떠나는 때문일 것이다.

마치 여행이 번민의 해결사인 듯이 매듭짓고 결론 내려야 할 골치아픈 모든 생각들을 여행 이후로 미뤄놨으니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지 않겠는가. 생각에 골똘한 사이 자동차는 빗속을 뚫고 공항에 도착했다. 같이 떠나기로 한 후배와의 약속시간 보다 빨리 도착했으니 붐비는 사람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후배오기를 기다린다. 그사이 전화기 로밍도 하고 공항 내 약국에서 정로환과 고산병에 먹는 약을 사선 배낭에 쑤셔 넣는다.

한땐, 여행에서 돌아 올 때가지 이곳과의 모든 연을 단절 시켜 놓고 깜깜 무소식으로 지내는 것. 전화 받지 않는 것 조차 자유와 해방의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이곤 할 만큼 여행이라는 자체를 스스로 특화 시켜 놓았었으나 언제부턴가 그런 행동자체가 별 의미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떠남과 머무름의 의미가, 그런 단순한 물리적 단절로 야기되는 작은 감흥의 틀에 갇혀서 오히려 여행의 본질에 다가서는데 방해가 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이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문명의 이기쯤은 대수롭잔케, 연륜이 쌓여가면서 여행에 대한 의미와 사고방식이 바뀐 것이다.

보딩페스를 하곤 검열대의 무표정하고 권위적인 얼굴을 그쳐 지나오면서 저 사람들은 사람들을 대할 때 표정을 굳혀야 하는 것이 의무이기라도 한 것일까? 아침마다 안면 근육 굳히기 연습을 하고 출근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비행기 이륙까지 남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가능한 한 느리게 면세 가게에 진열된 상품들 구경을 한다. 주류가게에 들러 여행 중 마실 위스키를 한 병 산다. 커피숍에서 카페라떼를 한잔 마신다. 늘어지게 하품도 해보고 공항 활주로에 쏟아지는 장대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수첩에 메모를 하기도 하고  화장실도 갔다 오고 하는 사이 이륙시간이 다가 온다.

출구, 126번 게이트, 2:30분 이륙. 쉬 걷힐 것 같지 않은 두터운 먹빛구름과 그것을 닮은 나의우울. 약간의 두통으로 미간을 찌푸린 나를 실은 비행기는 구름위로 솟아오르고 연이어 기내식과 위스키, 소다수, 맛대가리 없는 커피를 마신다.(홍콩 1시간 20분 경유) 그렇게 우울한 마음은 델리로 향한다.
   첫밤. [3]
   아듀!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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