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여행기
AHN CHANG HONG ' TOUR


회원가입 로그인
    夢中思索 2004/05/13
공항 대합실에 들어서니 여행자들로 북적거린다.

많은 사람들이 짐을 놓거나 들고 또는 배낭을 어깨에 맨 체 무표정한 얼

굴로 생각에 잠긴 듯 서성인다.

나도 우울한 마음으로 한구석 맨 바닥에 배낭을 등받이 삼아 편한 자세

로 기대앉는다.

저네들도 아마, 나처럼 이별을 위한 힘겨움의 통과의례를 가슴속으로

애써 견디고 있는 것이리라.

그 때문인지 정신없이 번잡하던 인도의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무거움

이 이곳 대합실의 공기 속에 가득 깔려있다.

지난 여행 때처럼 이번 여행에서도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 아주 더물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감동과 예감이

도처에 숨겨진곳.

때론 충격과 당혹스러움으로 나를 몰아 부쳤든 이곳.

생각해보면 너무나 재빨리 지나가 버린 시간들.

나의 작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순 없지만 분명, 인

도는 나를 부르고 있고

나 또한 이곳의 공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마치 헤어날 수 없는 늪인 줄 알면서도 그 깊은 어둠 속으로 조금씩 발

을 밀어 넣을 때의 두려움과 설레임.

그 양극의 마찰로 발하는 푸른빛 불꽃 때문에...

어쩼든 나는 지금,

이별의 장소에 앉아있고 떠날 시간을 기다리며

꿈결 같이 스쳐 지나간 이곳에서의 시간들을 아쉬워 하고있다.

가없이 높고 넓은 인도의 산과 들에,

습기차고 남루한 골목길에,

너무나 아름다운 성의 뒤뜰에,

부드러운 바람처럼 대기 속으로 흩어지는

맑고 투명한 씨-타르의 음률 속에,

먼지와 냄새로 가득한 열차의 낡은 의자 위에,

피곤한 몸을 뉘인 채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든 호텔 방의 낡은 침대 위

에,

사막의 핏빛 노을과 보석처럼 빛나든 별들,

끝없이 펼처진 길들, 수도 없이 마주쳤든 사람들의 깊고 쓸쓸한 눈망울,

그리고 힘겨운 삶, 그 속에 내 마음을 묻어둔 채

공항 대합실 한켠에서 이렇게 넋 나간 듯 앉아있다.

오늘 떠나면 언제쯤 다시 올 수 있을까?

지난번 여행 때도 그랬듯이 떠나는 이 순간에 돌아올 날을 걱정한다.

                                            
                                                       1996.1.26.델리 국제공항에서.

*sitar [sit:]
시타르 ((기타 비슷한 인도의 현악기))
   올리브 나무 숲길을 지나
   오베르의 언덕,까마귀나는 보리밭을 바라보며...
     


Copyright 1999-2021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