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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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옌날,옛날, 2007/03/03
옛날 하고도 아주 옛날,
만물이 평등하든 시절 지구별 어느 곳에,
바위들만 모여 사는 동네가 있었대요
바위동네는 더 넓은 평원의 중앙,
사방으로 시야가 탁 터인 자리에
코뿔소의 뿔처럼
가파르게 우뚝 솟은 민둥산 위에 자리잡고 있었대요.

겉보기는 멋져 보였지만
동네가 너무 높은 곳에 위치해서
낮에는 태양의 열기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밤이 되면 얼음보다 더 차가워지는 일교 차 때문에
다른 생명들은 살수조차 없는 척박한 환경이라
단단함이 생명인 바위들 마져도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대요.
그래서, 밤이면 쩌엉! 쩌엉! 하고
바위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넓은 들판을 메아리 쳤대요.
일설에의하면 그 소리는 기온 차이 때문에
바위에 금이 갈때 나는 소리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대요.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바위들의 고통을 짐작해 볼수있는 것이지요.

극심한 일교차 뿐만이 아니라
여름엔 더욱 뜨거워진 태양의 열기에
온통 몸이 익고 타기가 헤아릴 수 조차 없고,
길고 긴 장마비에 젖은 몸은 심장을 무겁게 눌려서
숨조차 편히 쉴 수 없는 날도 수없이 많았대요.

겨울에는 휘몰아치는 삭풍까지 살갗을 애이며 파고들어
더욱 자지러지듯이 울부짖었대요.
암튼, 그 소리가 너무 공포스러워서
언제부터인가 하나 둘,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은 다 떠나가고
민둥산 주변엔 아무것도 살지 않았대요.
그래서 밤이면 밤마다
바위들의 울음소리만 온 들판을 가득 매웠드래요.

그런 악조건의 환경이 분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때, 이상주의자들에겐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더래요.
동서남북 가릴것 없이 확보된  시야와,
이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마을이라는 사실과,
밤이면 마음먹기에 따라 별도 따올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현실 감각을 설합에 넣어두고 다니는  이상주의자들에게서
영양가 없는 사랑을 받은것이지요.
이상주의자들은 항상
이상적 아름다움만 바라보고 추구하려 하니까요.
그것 또한 확인된바 없는 소문뿐인 이야기지만요.

암튼, 척박한 기후에 오랜 세월 동안 당금 질 당한
바위들의 몸뚱이는 무쇠처럼 단단해 져 갔지요.
고통또한 만성이 되어 비명소리도 점점 잦아들었답니다.
그러나 바위들은
자신들에게 처해진 현실을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면서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민둥산 아래쪽의 편편하고 넓은 초원을
발끝 동네라고 깔보듯이 낮추어 부르면서도
속으론 늘 부러움과 시샘으로 바라보았답니다.

바위 마을에서 부러워하는 발끝 동네 평원엔
재봉실 보다도 더 가늘고 여려서 눈에 뛸락 말락 한
풀들이 모여 살고 있었어요.
바위동네에서 바라볼땐
부드러운 연초록 비단이 뒤덮은듯한  평원의 풀들이,
실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일제히 드러누웠다 일어나는 모습이
햇살에 반짝이며 잔물결이 이는듯이 장관을 이루었지요.
막상 당하는 풀들에겐 수없이 되풀이 되는 이 노동이
너무 힘에 겨운 일이었지만요.
허리가 부러져서
두번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풀들도 부지기 수 였으니까요.
살랑대는 실바람의 강력한 힘에 버틸수가 없어서
쓰러졌다 다시 힘겹게 일어날때는
여기저기서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판을 메아리쳤답니다.
남이 듣기엔 그 소리가   아름다운 합창 소리처럼 들렸대요.
이세상에는 겉보기와는 정 반대의 일들이
많은 법 이지요.

발끝동네는 썩 기름진 땅은 아니었으나
소비 열양이 적은  풀들이 삶을 지탱하는 데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곳이었대요.
햇살과 바람과 수분의 양이
너무 극단적으로 넘쳐나서 탈인 바위 동네에 비하면
형편없이 모자랐지만 요.
아니면 조금은 척박한 환경을
잘 견뎌내며 살았거나 둘중 하나였겠지요.

이 연약한 생명들은
영원히 다다르지 못할 꿈을 염원 하는듯,
아득하리 만치 높은 곳에 위치한 바위 마을을
늘 부러움과 경외심으로 올려다 보곤 했답니다.

그 이유가,
떠도는 소문을 타고온,  
이상주의자들의 영향때문 인진 모르겠으나
바위 마을이 이세상에서 해님과 별님을
가장 가까이서 맞이하기 때문이며
멀리서 바라봐도 강인함이 배여 나오는
바위들의 늠름한 모습 때문이었답니다.
늠름한 이웃이 평원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
은근히 자랑스럽기까지 했답니다.
바위마을에서 이 사실을 알았다면
비웃거나 무척 화를 낼법한 일이었지만 요.
그렇게, 처해진 입장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부러움과 시샘과 동경으로
오래고 오랜 세월을 보낸 것이지요.

그러든 어느 날,
바위 하나가 발끝동네를 내려다보며
질투섞인 부러움으로 말했어요.
“난 이제 이곳이 지겨워! 저 아랫동네가 너무 부러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옆에 있는 바위가 말했습니다.
“이곳은 너무 끔찍해!”
또 다른 바위 하나가 말했어요
“난 이곳을 떠나고 싶어!”
또, 누군가가 오랫동안 생각한 결심을 이야기 하는 듯
단호하고 섬뜩한 어조로 말했어요,
“우리의 강인함이면 저 아래 살기 좋은 땅을 쉽게 빼앗을 수 있을 거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래 맞아!”
“그래, 맞아!”
“그래, 네 말이 맞아!”
바위들은 순식간에 한마음이 되어서 외쳤어요.
바위 하나가
“안돼! 그것은 나쁜 짓이야!” 하고 말하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입속으로만 중얼그리다 말았어요.
설령, 입밖으로 뱉어냈다쳐도
그 소리는 합창하듯 외치는 보다 큰 소리에
묻혀 들고 말았을 거예요.
잠시후엔 말하지 않길 잘했다고 마음을 고처 먹었대요.
왜냐하면 외톨이가 되는것이 두려웠기때문이래요.
“우리는 무적! 우리는 무적! “
"세상은 강자의 편!"
"살길위한 침략은 침략이 아니닷!"
“우리는 공격한 닷!”
“우리가 살길은 전쟁뿐이 닷!”

합리화와 변명으로 무장을 하기위해
마음 한구석에 불편하게 남아 걸기적 그리든  양심의 찌꺼기를
다들 한마디씩 뱉어내는 말속에다 섞어서
별일 아닌듯이 은근슬쩍 몸 밖으로 내 보내버렸어요.

자기변명에 사로잡힌 바위들의 우렁찬 목소리는
예전에 들었든 울부짖음보다
몇천배, 몇만배 더 공포스럽게 들판을 뒤덮었답니다.
혹독한 기후가 겉모습뿐만이 아니라
바위들의 심성까지 무자비하게 바꾸어 놓은 것이었지요.
전해진 이야기론 그렇지만
그 이유가 정말 환경 때문 이었을까요?

재봉실 보다 더 가늘고 여린 풀들은,
들판에 울려퍼지는
놀라 자빠질 만큼 충격적인 그 소리를 듣고도
사시나무뜰듯 바들바들 떨기만 할뿐 속수무책이었어요.
그곳을 버리고 떠날 수 조차 없는 자신들이
원망스러웠지만 어쩌겠어요?

기름에 불을 지핀 듯
순식간에 흥분하기 시작한 바위 마을에선
보기에도 위압적인 바위 하나가
“돌격!” 하고 외치며 민둥산 아래로 몸을 날려
쏜살같이 굴러내리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너도 나도 돌격!을 외치며 앞다투어
민둥산 아래로 몸을 굴리기 시작했어요.
서로 속마음을 들어내 보이진 않았지만
빨리 달려가서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마음이 바빠진 것이랍니다.

조금 전까지의 이웃이
갑자기 경쟁자가 되고 적이 되어버린 것이랍니다.
수억 광년을 함께 해온 이웃끼리의 우정도
깨어 질려니 한 순간 이였답니다.

욕심에 이성을 잃은 바위들이
앞을 다투어 굴러 내리기 시작 하자
예상하지 못했든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울퉁 불퉁한 민둥산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굴러 내리면서
서로 부닥치어 깨어지고 부서지고 튕겨 오르고
비명을 지르며 난리에 법석까지 가세한 꼴이 된 것이지요.

굴러는 속력이  가속도가 붙어서 점점 더 빨라지니
스스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마저 잃어버린대다가
피어 오르는 흙먼지에 앞조차 볼 수가 없으니
평원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랍니다.

제일먼저 구르기 시작한 바위가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꽈꽝! 하고 평원을 흔들며 땅에 곤두박질 쳤습니다.
순간, 흙먼지 속에서 섬광이 일고
바위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습니다
그 뒤를 이어 또 하나의 바위가 쳐 박혔습니다.
그 위에 또 하나의 바위가 겹쳐 떨어지며 산산 조각이 났습니다.
땅에 다다른 바위들은 한참 굴러가다가 쩌억쩍 갈라지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박살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완전히 부스러기가 되어 굴러떨어지는 바위조각들도 많았대요.

자욱한 흙먼지와 굉음 속에서
공포에 질린 여린 풀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서
속수무책의 마지막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답니다.
그 중에는 바위가 굴러 내리는 소리의 공포감에
미리 정신을 잃은 풀들도 있었답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무지 막지 한 바위들의 공격같지도 않은 공격은 끝이 났습니다.
구름처럼 피어 오르든 흙먼지도 가라앉고
더 넓은 평원엔 한 순간 적막감만 감돌았습니다.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젠 끝이 난 거니?”
“넌 괜찮니?”
“응! 넌? 다친곳은 없니?”
“왜 이리 조용하지?”
“무서워!”
“아! 너무 아파,얼른  나 좀 꺼내줘!”

부서진 바위조각들 사이에서 신음소리와 함께 두런두런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큰 상처를 입은 풀들도 있었지만
단 하나도 무사하지 못한 바위들에 비하면
그 정도는 너무나 다행한 일이었답니다.
너무 솜털처럼 작고 여려서 오히려 피해가 적었든 것이지요.
그후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난 뒤긴 하지만,
`재봉실풀은 바위보다 강하다` 는 유행어가 한동안
바람을 타고 떠돌아 다녔대요.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요.

비록 여리디 여린 줄기의 풀들이지만
살아남은 풀들은 상처 입은 이웃을 돌보기는 물론이고
열심히 열심히 씨앗을 나르고 싹을 티우며
느닷없이 당한 전쟁의 상흔들을 없애려 노력하였지요.
덕분에 흉물스럽게 흩어진 바위조각들이 풀들에 가려져서
기기묘묘한 동산을 이루자 멀리 떠났든 제비꼬리 나비가
제일 먼저 돌아와선  스스로 전령을 자처하며
이 아름답고 진귀한 풍경을
바위들과 싸워서 이긴 발끝동네 전사들의 이야기로
뻥튀겨 각색한 엉뚱한 무용담까지 만들어서
여기저기 전하기 시작했는데
이야기는 꼬리에꼬리를 물고
뻥뻥뻐엉튀기가 되어 떠돌았지요.
원래 소문이란 그런것이기도하고
악의 없는 소문이엇으니까 들어줄만은 했든것이지요.

그 후 많은 곤충과 동물들이 모여들었고
산 교훈의 상징물인
민둥산을  바라보며
발끝 동네는 활기차게 번성해갔답니다.

그 후, 오래고 오랜 세월이 흘러
기억에서 희미해져가는 산교훈의 상징처럼
민둥산 마져 야트막한 둔덕으로 변해갔답니다.
무엇이든 영원한것은 없으니까요.
그러고도  또 많은 세월이 흘러갔지요.










   그래서 生은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9]
   떠남과 돌아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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