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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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남과 돌아옴. 2007/02/16
3개월 만에 돌아온 한국은 떠날 때처럼 여전히 바쁘고 복잡하다. 집에 잠시 들렸다 찾아간 인사동 역시 그대로다. 고작 3개월 만에 무슨 큰 변화가 있겠냐 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촌놈처럼 두리번두리번 살피며 걷는다.

사비나 미술관에 들려 반갑게 맞아주는 미술관 식구들과 잠시 서로 안부를 묻고 저녁 녘엔 지기들과 만나 맛난 홍어회와 막걸리도 먹고 된장찌개도 먹고 정겨운 담소로 늦게 까지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아쉽게 해어진 다음날 아침, 일찍 나서서 찾은 양평 작업실 역시 그대로이긴 하나 느낌이 다르다. 사람의 마음은 묘한 것이다. 오랫동안 여행을 위해 떠났다 돌아오는 것이나 북경에 살러 갔다가 잠시 들리는 것이나 떨어져있다가 돌아오는 것은 매 한가진데도 감흥은 전혀 다른 것이다.  

작업실 마당에 들어서자 후배의 보살핌으로 살이 오른 개들이 처음엔 상황파악을 하는 듯 잠시 멈칫하며 내 쪽을 바라보다가  멀리서 주인의 모습이 확인되자 반가움에 갑자기 이리저리 날뛰며 난리 법석이다. 개집쪽으로 다가가자 진주는 성격대로 반가움을 조용하고 깊게 표해왔고 뭉치는 여전히 쾌활한 응석받이로 펄쩍펄쩍 뛰며 난리를 치고 통통해진 미키는 짧은 다리로 철망에 매달린다. 식당에서 남겨온 고기를 나이순대로 몇 점씩 나눠주자 서로 예쁘게 보일려고 차례를 기다리며 받아먹는다.

주위를 휘 둘러보니 18년 동안 한결 같고 익숙한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작업실로 들어서자 떠날 때 완 너무나 달라진 실내 풍경을 마주하며 처음엔 잠시 어리둥절하다. 작업실을 만들고부터 지금껏 단 한번도 남의 손에 마껴본적이나, 침범 당해본 적이 없었든 내부가 후배의 사진스튜디오로 바 껴있으니 묘한 기분이 든 것이다.

맡기고 떠날 때 속으로 대충 짐작은 했지만 상상해본 것과 실제의 풍경엔 엄청난 차이가 있었든 것이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 차이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스스로 받아들인다. 일단 모든 것을 마낀 이상 후배는 후배대로 자신의 편리함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서로의 일이 다르니 분위기 또한 확 달라져서 생경한 풍경으로 다가옴이 당연한 것임에도 순간적으로 내 작업실이라는 관념만으로 바라보며 착각을 햇든것이다. 이미 서로 의논을 거친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는 사이 양평의 밤은 깊어가고 삼 개월만에 맛 보는 밤공기는 차고 신선하다. 마당에 내려서자 하늘엔 북경에선 볼 수 없었든 별들이 쏟아질 듯 가득하다.  며칠 후 다시 떠나면 한동안 보지 못할 이 찬란한 별들. 북경에서 쌓인 폐 속의 먼지를 씻어낼 듯이 신선하고 시린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신다.

3개월이란 적잖은 시간 동안 북경에서 일어났고 경험했든 일들을 되새겨 보며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들을 위해 마음을 제 정비한다.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떠난 것이니 복잡할 것 없이  사사로운 집착을 버리고 좋은 그림을 위해서 매진하면 되는 것이다.

삶과 그림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 복잡한 세상을 바라보며 때론 고개를 흔들만큼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그 속에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이 있으니 세상 바라보기 또한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옌날,옛날, [2]
   聯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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