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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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실 가는길 2007/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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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가는길의 가로수들.


작업실 가는 길은 볼거리가 많아서 좋다. 큰길로 다닐 때는 달리는 차들 뒤에 휘날리는 먼지와 콘크리트 건물들이 마음을 삭막하게 하여 아예 눈을 감고 앉았다가 “선생님 다 왔는데요!” 할 때야 마지못해 눈을 떠곤 했었는데 기사가 지름길을 알아내고 부 터는 창 밖 풍경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다.

항상 그렇듯 대도시엔 잘 정돈된 건물 숲의 뒤쪽 후미진 골목들이 오히려 사람의 향기가 묻어나는 것이다. 아파트를 나서서 큰길을 달리다 샛길로 빠져서 좁은 굴다리를 지나 지름길로 접어들면 미루나무들이 길 양쪽으로 늘어선 좁은 가로수길이 나온다 차 두 대가 스쳐 지나갈 만큼 폭의 신작로인데 자전거랑 수레들이랑 자동차들이 뒤섞여 오가며항상 활기가 넘친다. 조금 더 가면 쭉쭉 뻗은 나무들이 숲을 이룬 곳이 나온다.

어젠 그 숲 속에서 거울 하나와 의자 하나가 전부인 깜짝 이발소를 차려놓고 영업하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신기한 풍경이었다. 그 길을 조금 더 지나면 자동차 세차장이 있다. 며칠씩 문이 닫혀 있다가도 바쁠 땐 차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조금 더 가면 골목 모서리에 간판은 이발소라고 붙여놓고 매춘 업을 하는 곳이 있다.

며칠 전 기사가 나를 내려놓고 돌아가는 길에 이발하러 들렸더니 화장을 짙게 한 여자들이 “이발은 안 해요” 라며 다가오길래 놀라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곤 미루어 짐작을 해보는것이다. 그 가게를 끼고 돌아 차 한대가 겨우 빠져나갈 골목길로 접어들면 시간대에 맞춰서 차창 밖으로 늘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문간에 서서 긴 머리를 빗질하는 여자. 자전거에서 내려 빵 가게로 들어가는 털 부츠의 여자. 물을 지게에 지고 나르는 남자, 한아름의 배추를 지고 가는 사람, 차가 오는 것도 모르고 놀이에 열중해 있다가 후다닥 피하는 아이들의 바알가케 언 뺨과 코밑에 매달린 콧물이 어릴적 나를 보는듯하여 정겹다.

그 길을 천천히 천천히 조심해서 지나노라면 거짓말 좀 보태서 지붕 높이까지 쌓아 논 대형찜통에서 허연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만두가게가 있다. 하도 맛있게 보여서 두어 번 사먹기도 하였는데 하나의 크기가 어른주먹 만한 것이 맛이 있었다. 후후 불면서 한웅큼 베어 물면 양배추와 다진 짭조름한 돼지고기 향이 입안에 가득 찬다. 그 집앞에 밀가루 배달 차라도 서있는 날이면 우리는 낭패인 것이다. 피해갈 때도 돌아서갈 길도 없으니 밀가루 포대를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밀가루를 뽀앟게 뒤집어쓴 청년들이 쉼 없이 나르는데 툴툴대는 기사와는 달리 난 느긋하게 구경을 한다.

오늘은 연탄 차가 서있었다. 보기만 해도 끔 직할만큼 가득 실린 연탄 중 몇 개만 내려 놓고 가는 바람에 우리는 횡재한 마음이 되었다. 그렇게 골목길을 빠져 나오면 어느새 길이 넓어 지면서 작업실 골목으로 접으들고 코앞에 작업실 붉은 대문이 보이는 것이다.  

돌아갈 때는 또 다른 삶의 풍경이 펼쳐진다. 늦은 시간 캄캄한 골목길을 요리조리 빠져 나가는 동안 드문 드문 불 켜진 가게들에 시선이 멎는다. 동네주막들인데 침침한 백열등불빛 아래서 늦은 요기를 하고 힘들었든 하루의 노동을 풀기 위해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들이 이방인의 눈엔 정겹다.

옛날 우리나라의 야경꾼들처럼 방범 원들이 두터운 인민 복으로 무장을 하고 순찰 준비를 한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집 없는 개를 뒤로 하고 골목길을 빠져 나오는 동안 짧은 시간 이지만 소박한 삶의 풍경으로 하루종일 작업에 지친 몸과 마음은 따스해져 있다. 비록 하숙 집이지만 어서 가서 따스한 물을 끼얹어며 피로한 몸을 풀 생각에 간절한 나 또한 그네들과 별다른 차이가 있으랴.
   헉헉! [4]
   섬에 대하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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