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회원가입 로그인
    까칠한 가시처럼, 2008/04/26
어제, 오늘 종일 비가 온다. 봄바람에 눈발처럼 흩날리든 벗 꽃이랑 조팝 꽃도 며칠 전에 다 져 버리고 물오른 나뭇가지엔 진 초록의 싹들이 여름을 준비하는 듯 기세 등등하게 솟아 오른다. 잠시뿐일 이 봄도 속절없이 깊어만 가는 것이다.

그동안 불만없이 작업실에 박혀 지냈으나 오늘은 진종일 작업실로 건너가지 않고 농땡이를 친다. 허리를 구부리고 마당 여기저기 피어난   앉은뱅이 작은 꽃들을 살펴 보다가 뭉치 똥을 뉘고, 빗속에서 그저께 구해다 놓은 양귀비 꽃을 심는다. 비에 젖은 흙 냄새를 어느 향기에 비하랴.  

작업실로 들어가서 불을 있는 데로 다 켜놓고 다시 집으로 건너와선 음악을 듣는다. 빈 작업실에 불을 켜 놓은 이유는 억지로라도 작업실로 다시 가 지겠지 하는 마음에서 이다. 부질없는 짓 인줄을 알면서도 괜한 짓을 해보는 것이다. 덕분에 아침에 켜 논 불이 땅거미가 내려앉는 지금껏 주인 없는 작업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세탁기 속에 빨래거리를 수셔 넣콘 창문들을 다 열어제치고 대청소를 한다. 오늘은 아무리 마음을 다져 먹으려 해도 붓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간혹 이런 날이 있다. 손가락에 모든 에너지가 모인 듯이 신이 나서 며칠 밤낮을 정신 없이 그려대다가도 문득 붓을 팽개치곤 딴전을 피며 작업실에 들어가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이럴 땐 동내 막걸리 집에 앉았든지 핸들을 잡고 무한질주로 횅하니 한번 달렸다 오면 허파에 바람이 든 듯 속이 후련해 지곤 했었는데 오늘은 왠지 그럴 마음도 아니다. 매일같이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농담과 우스겟소리로 문자를 날려주든 후배조차 소식이 없고 전화 조차 오는 데가 없으니 외로움만 까칠한 가시처럼 칼칼한 목구멍 속에서 기어 오른다.

동상아! 밤낮엄씨날려대든문짜를오느른와안날니주노이나쁜노마
   작업실 풍경 [2]
   일하는 즐거움 [4]
     


Copyright 1999-2018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