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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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리에서 용문까지 200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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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역에서 21시발 열차를 탔다. 출발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긴 플렛트홈의 밤공기를 적시며 울려 펴진다.그 소리는 언제 들어도 늘 고독함과 나른한 적막감이 섞여있다. 열차가 움직인다.반들거리는 창 밖 저 켠, 유령 같은 얼굴위로 깜깜한 어둠 속 먼 시가지의 불빛이 지나간다. 열차가 지나가고 모텔들의 네온사인이 아롱대는 물그림자가 지나가고 가로등이 지나가고 아파트 불빛이 지나가고 간이역 푸르스름한 불빛이 지나가고 어둠이 지나간다.

스케치북을 꺼내어 창에 비친 내 모습을 재빨리 스케치 한다. 복도건너편 옆 자석의 잠에 취한 노 부부의 입 벌린 얼굴을 그린다음 카메라를 꺼내어 창 밖 풍경을 찍는다. 바쁘다 바빠. 한 시간 남짓의 시간운용에 제법 요령이 생긴 것이다.

렌즈 속에는 휘익휘익 지나가는 불빛들과 어둠과 중첩된  깊고, 사색적이고, 우울해 보이는 기묘한 안창홍이 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 비취는 실내등 불빛의 효과 때문일 것이긴 하나 어느 정도는  감춰진 내면이 배여 나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요즈음은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전철을 타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에 재미가 붙었다.장소 이동의 순간 만큼은 시간의 포로에서 시간의 주인 혹은 시간의 경영자로 신분이 뒤바뀐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고추선 신경과 긴장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마음의 여유로움으로 인해  책도 읽고 사진도 찍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작업을 위한 아이디어 메모도 한다. 책방에서 책을 뒤적이고 버스 터미널이나 청량리 역 대합실을 어슬렁대다가 사람들 틈에 끼어앉아 티비 연속극을 보기도 한다.

자가운전으로 습관화된 성급함과 편의주의에서 벗어나 자칫 퇘화 될뻔한 촉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곤 보이는것의 뒤쪽까지 구석 구석을 헤집고 더듬으며 재발견을 통한  경험의 순간을  기록하고 즐기기에 바빠진 것이다.  
   나무처럼,
   키다리안창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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