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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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를 앞두고... 2007/09/30
석 달여 동안 밤잠 설치며 씨름한 작품들이 막 실려 나갔다. 팜플렛에 실을 사진을 촬영하기 위하여 작품들을 예상보다 빨리 화랑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 동안 열기와 긴장감으로 넘실대다가 갑자기 텅 비어버린 작업실의 예기치 못한 풍경에 균형을 잃은 마음은 불안과 우울이 겹친다.

작업실로 들어설 때 마다 실내공기를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만들든 작품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간 빈 자리. 잠시 멍하니 앉아 몇 달 동안 인내와 고락을 통해 생산된 작품들을 문신처럼 아로새겨놓은 기억의 갈피속에서 한점 한점 다시 끄집어내어 본다.

며칠 후 전시장에서 다시 만날 그림들이기도 하고 전시 때 마다 늘상 겪는 일이기도 하건만 이순간의 통과의례는 늘 첫경험처럼 가슴이 아리다. 마치 부모가 외출하는 자식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버릇처럼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과 대견함같은 것들이 섞인듯한 감정이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감정 속에는 냉정하고 비판적인 미술 판에서 이번 작품들이 어떻게 평가될까 하는 궁금증(특별히 관심을 가지는것은 아니지만)과 어쩌면 운이 좋아 몇몇 작품들은 내 곁을 아주 떠나갈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상반된 아쉬움 또한 섞여있다. 그  감정 역시 부모가 과년한 딸을 시집 보낼 때와 비슷한 마음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대부분의 화가들이 그림 파는 일을 시집 보낸다는 말로 대신하기도 하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럴 땐 그 동안 쌓인 피로와 허전하고 불안정한 마음을 한잔의 술로 풀고 달랬겠건만 이젠 그러지 못하는 처지이니 음습해오는 적막감과 을씨년스런 주변을 어색한 침묵으로 바라보는 내 꼴이 갑자기 배역을 잃은 배우처럼 하릴없고 황망하다.

천창을 통해 내려앉는 어둠 속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망부석처럼 앉아있다가 마음을 추스르며 바닥에 흩어진 도구들을 챙긴다. 남은 기간 동안 몇 점을 더 제작을 해내야지만 이미 시작해 놓은 상태이니 며칠 내로 끝이 날 것이고 그 후엔 북경으로 날아갈 채비를 하여야 한다.

작업실 문을 열고 땅거미가 내려앉는 마당에 나서자 어깨가 시리다. 풀밭 위엔 떨어진 나무 잎들이 수북하다. 비에 젖어 축축한 풀밭을 거닐며 서산너머에서 희미하게 배여나오는 저녁빛의 마지막 자락을 바라본다.

돌이켜 보면 캄캄한 터널속을 빠져 나온듯한, 올봄의 아찔하고 충격적인 병마의 기억들,  깊고 차가운 문신을 남겨놓콘 재빨리 지나가버린 재난의 시간, 그 시간을 딛고 자라난 희망과 삶의 절실함,  암흑의 넝쿨숲을 해쳐 나온 안도감과 더욱 선명해진 인생 길. 시름이 깊을수록 아! 삶은 더욱 아름다워라.


   .... [1]
   사진 꼴라주를 위한 에스키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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