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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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드 카우치 연작에 대한 小姑 200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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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카우치2/2008/ 캔버스위에 아크릴릭/4.5m x 2.1m


회색 빛 절망 혹은 최악의 그림.
왜, 베드카우치이며 왜, 느닷없는 회색인가?

일 년여를 매어 달려 씨름하느라 고달팠든 화폭과의 싸움은 거의 끝이 났다. 화실에 칩거하며 견뎌온 시간들이 너무 멀고 아스라한데도 인내심이 필요했든 나날들을 막상 돌이켜 볼 라 치면 축지법을 써서 시간의 산맥을 순식간에 건너뛴 듯 제작기간 동안의 지루하고 힘들었든 일들은 완성된 그림들의 성취감에 밀리어 기억 속에서 이미 가물 그린다. 작업을 끝낼 때 마다 그 인고의 시간들을 일일이 들추어 생각하고 몸서리 친다면 프로화가로서는 자격 미달이니 차라리 붓을 놓는 편이 나으리라. 그렇듯이 작업과정의 힘겨움은 당연한 통과의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년은 예년에 비해 유난히 힘들었다. 그 이유는 켄바스와의 씨름 속에서 빚어지는 일 때문이 아니라 사회로 부터 밀려오는 외적 요인들 때문이었다.현 정부가 들어선후 더욱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사회적 약자들과 그나마 누더기처럼 겨우 지탱되오든 도덕과 사회정의를  쓰레기통에 처박고 역사마저 노골적으로 왜곡시키는 꼴을 바라보기란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고문이었다.

돈 만 벌수 있다면 무슨짓을 해도 서로 문제삼지말자는  암묵적 약속이 깔려있는 국민정서 속에 숨겨진 집단 이기심이 빚어놓은 대선 결과가 소름이 돋을 만큼 두렵고 끔직하지만 이런 결과를 초래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도덕적 우월감만으로 세상을 재단하겟다며 종이칼을 휘두른 진보주의자들의 나약하고  서툰 정치행태가 저질러놓은 참담한 패배를 바라보며 한동안 심한 무기력증에 시달리기까지 했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붓을 잡았을 땐 현실을 짓누르는 환경적 중압감과 울화증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의 영향이, 꽤 오랫동안 계획하였든 인물화 연작의 내용까지 대폭 수정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2007년 가을 사진꼴라주 연작 '봄날은간다' 발표 이후 계획한 신작들은 화려하고 키치적인 색체의 세태풍자적 인물화였다. 세련된 소파에 기대앉거나 드러누워 나른하고 도발적인 포즈로 넘쳐나는 퇴패의 시간을 희롱하는 인물들을 통해 권력과 성(性)과 부(副)의 은밀한 삼각관계를 그림으로 옮겨볼 생각이었으나 그 내용을 완전히 뒤바꾸어 흑백 단색만의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화를 그리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여지없이 붕괴된 희망과 허탈감에 대한 반감에서 빗어진 냉소와 자학이 결합된 결정이었다.

밝고 화사한 실내와 화려한 소품들 대신에 물감과 붓들이 어지럽게 흩어진 어둑한 작업실 바닥 위에 느닷없고 생뚱맞게 연출된(권력처럼), 딱딱한 베드카우치위에 강제된 의도로 걸터앉거나 불편한 자세로 비스듬히 누워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도록 모델들에게 부탁을 하였다. 그리곤 각자의 개성을 통해 대립된 환경의 모순속에서도 개별적 삶의 역사가 묻어나는  건강하고 따듯한 육체의 정직성과 존재감에 대한 경의, 가공되지 않은 몸을 통해 아름다움의 본질과 존재의 꾿꾿함을 그려보기로 한 것이다. 관객들에게 보여지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형태가 아니라 관객과 시선을 마주하는 주체로서의 당당함을 그리기로 한 것이다.

작업에 열중한 일년 여 동안 시임 없이 엄습하는 현실에 대한 절망감과 어찌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대한 자책이 자신을 괴롭혔지만 최악의 기분과 최악의 컨디션을 견디며 오직 작업에만 매달리었다. 그것만이 바깥세상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덕분에 대작 9점이 탄생했고 2008년 한해 동안 제작된 작품들의 내용과 분위기를 ‘회색 빛 절망 혹은 최악의 그림’이라 푸념하며 지루하고도 힘에 겨웠든 시간들을 견뎌낸 심정을 이렇게 너스레 떨며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화폭 앞에서 포즈를 취해준 모델들은 이웃이거나 평소 친분이 있거나 작품을 위해 섭외된 사람들이다. 우리의 환경에서 볼 때 결코 쉽지 않은 일에 기꺼이 동참해준 이들에게 마음속 깊히 감사를 드린다.



* 모델 H양:  개성 있고 자부심강한 '타투' 예찬논자이며 관습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자유주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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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인터뷰'
   도대체 언제쯤이면 이짓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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