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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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번 바라보고 한번 붓질하라. 2010/06/24
  P1040811.JPG=1=1.jpg (331.0 KB)   DOWNLOAD : 42

  

젊은 부부가 초등학생아들 두 녀석과 함께 누드모델을 서기위해 작업실로 찾아왔다.   팍팍한 생활에 시간 빼기가 힘들어서 인지 부탁을 한 후 해가 바뀌고 서야 겨우 짬을 낸 것이다.

어렵사리 얻어낸 소중한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이들 부부를 통해서 이야기 하고싶었든 것들을 적어두었든 매모 수첩을 다시 읽어보고   적합한 포즈에 대해 머릿속 스케치까지 미리 해 본 후라  꼼꼼히 포즈를  바꿔가며 가족 누드, 부부 누드, 부부각각의 누드를  충분히 사진 촬영 해 놓았다.

작업실이 시골이라 오가는 일 만으로도 길바닥에 버려지는 시간이 많아 바쁜 사람들 붙잡아 직접 앉혀두고  그릴수 없어 사진과 스케치로 작업을  하지만  사진을 통해서 바라보는 인물들 또한 독특한 매력과 의미가 있다.

격정적으로 들떠 있다가도 순식간에 벼랑끝까지 곤두박질칠 만큼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라  모델과의 거리두기는 오히려 작업에 도움이 된다.사진을 들여다 보며 기억의 환기를 통해  내가 찾는것들을  천천히  제발견 해  내는 여유로움은  켄버스속 인물들에게 나만의  향기를 불어넣기 위한  합당한 방식을 심사숙고하기에 도움이 되거니와  그림을 탄탄하게 만드는 바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변해선 않될 원칙-

  화폭 뒤로  자주 물러서서  제작중인 그림을  바라보며  원하는 느낌이 묻어나는지 부지런히 관찰 하지않고 그리기에만 너무 열중하다보면  그리는 잔재미에 빠져서 정작  작품의 핵심을 이루는  큰 덩어리를 한순간 망각해 버릴때가 있다. 며칠 밤낮으로 씨름한 그림이 도로아미 타불이 되 버리는 순간인 것이다. 

큰 덩어리라는것이 시각적으로 확연히 들어나는 형태가아니라 그림속에서 스믈 스믈 베여나오거나 칼날이나 송곳같이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것들이 비장된 느낌인데 눈에 뛰거나 강조되어 그려지는것이 아니고 화면 전반에서 분위기로만 느껴지도록 해야하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계획과 표현을 위한 인내심이 뛰따라야 한다. 그러니 그리는 동안 한순간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면 곧바로 막다른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손재주의 단맛에 빠져서 중요한것을 놓쳐서는 않된다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숲을 그려야하는데 자칫하면 그 숲은 오간데 없고 잔가지와 넝쿨만  화면에 가득해 진다는 말이다.  작업도중 예전에 비해 그런 일들의 회수가 빈번해 진다면  그사실 자체가, 무의식 중에라도 편한 길을 갈구하고있는 것 일 것이다. 그 단맛에 익숙해 지면  자신에게 스스로를 변명할  명분을 만들어낼 것이며 수순상 돌이킬 수 없는 타협의 길로 슬그머니 첫발을 디밀게 될것이 불보듯이 뻔한일이다. 화가로서의 연륜이 쌓이고 솜씨가 무르익을수록 경계를 더욱 강화해야 할부분이 이런 것들이다.

비록  궁핍하고 고단해도 순수했든  젊은날 스스로에게 약속한 화가로서의 자존과 명예를 위해 힘들게 지켜온  삶에 비해 단맛의 유혹은 너무나 강력한 것 이어서 수많은 화가들이 한때나마 꿈꾸었을 명예로움을 포기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쓰레기 보다도 못한 작품들을 끄적대다가 쓸쓸하고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지 안는가.

능숙한 솜씨로 포장된 속이 텅빈 그림,  테크닉에만 의존한 느낌없는 그리기로 안주하느냐  아니면   벼랑끝에 선것같은 긴장감과 바지런함이 동반된 삶을  요구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을 일관되게 지속시키느냐의 갈등인 것이다. 알맹이없는 그림이냐?  알맹이있는 그림이냐 ?문제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편하게 사느냐 까탈스럽고 힘들게, 강박증에 시달리며 사느냐의 선택인것이니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림과 삶이 분리될수 없으니 잘그린 그림과 좋은 그림, 감동이 있는 그림과 감동이 없는 그림의 차이가 바로 이런데서 구별되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그러나  언젠가는  외롭고 힘든 삶에 지쳐서 에너지도 바닥나 버릴테니 그땐  끔찍한 말로가 기다리고 있을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내일의 일을 오늘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휴`~~
   천천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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