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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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겁고 우울한, 긴 터널 같은 복도를 ... 2009/06/08
병실 창을 통해 바라보는 아침노을은 통증으로 잠을 설친 날일수록 더욱 아름답다. 그것은 회한과 병마의 두려움 앞에서 더욱 절실해진 생의 애착 때문일 것이다. 핏빛노을이 어둠의 틈으로 번져 나오고 멀리서 소음이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하면 침대에서 어렵사리 일어 켜 새운 몸은 옆구리에 주렁주렁 매어 달린 호스를 끌고 병실 복도를 나선다.

의사 선생께서 걷는 회수만큼 회복이 빠르다고 하니 하루빨리 병동을 탈출 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긴 복도를 걷는 것이다. 너무 열심히 걷다 보니 마주치는 간호사들 마다 “또 걸어 세요?” 가 건네오는 인사였다.

너무 일러 적막한 암 병동, 무겁고 우울한, 긴 터널 같은 복도를 천천히 혹은 빠르게 걷는다. 도저히 믿기질 않는 진단이었으나 현실을 받아들이고 수술대위에 누워 마취 주사를 기다리는 동안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지나간 것들에 대한 회한들이 뼈저리게 밀려왔다. 인간은 죽음과 연결된 고통과 공포를 통해서만 진정한 자기 성찰이 가능한 것일까? 질병의 느닷없는 습격에 강타당한 육체와 정신은 한 순간 사기를 잃어 휘청 그렸고, 두려움마저 엄습했지만 병상의 생활은 많은 생각들로 나를 변화시켰다. 평상심을 찾는데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덤으로 시간의 소중함까지 절실히 깨달았다.

퇴원할 즈음에는 생의 깊이를 더해줄 또 하나의 경험과 전리품을 가슴에 달았으니 어서 빨리 작업실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퇴원 후 주위에서는 무조건적인 휴식을 권했지만 작업실에 칩거하며 창작에 몰두했다. 건강의 회복을 위한 휴식 때문에 지켜내야 할 규율과 그에 따른 또 다른 긴장의 속박 대신에 창작을 통해서만 맛볼 수 있는 성취감과 정신적인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삶의 길은 아름답지만 우회하거나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때론 고통스럽기도 한 것이 아니겠는가.

2007년 3월.
   집이라는것은... [3]
   중도에 대한 짧은 생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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