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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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거녀, 몽실이! 200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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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몽실이(9개월), 이테리안 그레이 하운드.키 높이 30cm 체중 3kg이나 될려나? 너무 야위어서 몽실 몽실 살좀 붙어라는 바렘으로 이름을 ....


작업실에 식구가 하나 늘었다. 이곳 생활이 거의 혼자만의 생활이라 단조롭고 적적하여 궁리 끝에 개를 한 마리 구하기로 하였다. 막상 마음 을 먹더라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북경에서는 개 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심에는 개 파는 가게가 아예 없거니와 멀리 뜰어진 외각지역 한곳에 우리 나라의 시골장날처럼 토, 일요일만 개 시장이 선다고 하니 나 같은 이방인에겐 여간 힘이든 일이 아닌 것이다. 작업실 내부공사를 맡은 조선족에게 기름값줄테니 언제 한가할 때 날 좀 다려가 달라고 넌지시 부탁을 해놓고 연락오기를 기다렸는데 며칠 전에 반가운 전화가 온 것이다.

두 시간 남짓을 달려 찾아간 시장은 추운 겨울이라 개들을 많이 볼 수는 없었지만 제대로 장이 설 때는 그 규모가 엄청날듯했다. 추위를 무릎 쓰고 여기저기를 기웃 그렸으나 내가 찾는 개는 보이질 않았다. 한집에 들어갔더니 썰렁한 철 장안에 개들몇마리가 바들바들 떨면서 체온 유지를 위해 껌처럼 서로 엉겨붙어 있었는데 그 꼬락서니가 두눈떠고는 못 볼만큼 애처로웠다. 털이 거의 없는 개인데다 옷을 껴입은 나도 추운 곳이니 오죽했겠는가. 하여튼 쨩꼴라들이란...

애써 외면을 하고 나와서 가게들을 돌면서도 그 놈들이 눈에 밟혀서 다른 개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순간 `에이, 한 마리라도 내가 구제해주자` 싶어서 도로 그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단 제일 작고 애처로워 보이는 놈을 골라놓고 흥정을 하여 부르는 가격의 3분의1값에 사서 다리고 왔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개인지라 중국 역시 부르는 값이 만만찮았으나 개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내가 부르는 대로 다 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그래도 느므 마이 까깟능강?

작업실에 다려다 놓고 몸의 상태를 세심히 살펴보니 원래 살이 없는 개인데다 잘 먹이질 못했는지 발육상태도 안 좋고 피골이 상접하여 등뼈가 마치 주판 알처럼 오돌토돌하였다.이빨이며, 발톱이며, 윤기없는 털이며 모든게 말이 아니었다.우선  영양식 통조림이랑 사료를 주고 따듯한 라지에트 옆에다 종이 박스로 둥지를 만들어주니 금방 눈치를 채곤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남매들과 뜰어져서 갑자기 바 뀐 환경에 불안할 성 싶어 익숙해 지도록 그냥 내버려두고 흘금 흘금 곁눈질로 동태를 살피며 나는 내일을 한다.

하숙집주인아주머니가 개를 싫어하니 저녁엔 화실에 혼자 두고 오는데 처음 재운날 아침엔 작업실 문을 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밤사이에 작업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만저만 사고를 친 것이 아니었다.쓰레기통은 모조리다 업질러 놓고 키에 닫는것들은 닥치는대로 꺼집어내려 놓고 뭘 줏어 먹엇는지 여기저기에 많이도 싸논것이다. 단두리를 안해놓고간 내 잘못이니 묵묵히 바닥에 흩어진 것들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똥을 치우는데 이놈이 나의 표정속에서 뭔가 심상찮음을 읽었는지 약간 겁먹은 눈빛으로 한쪽 구석에 얌전히 앉아 내 눈치만 흘금흘금 보는 것이다. 아홉 달이나 된 놈이니 아직 철은 들들었어도 눈치는 있어가지고....

그렇게 뜻밖의 인연으로 몽실이와의 동거가 시작되고 벌써 며칠이 지났다. 간혹 귀찮게 굴기도 하고 성가실 때도 있지만 그동안 적막하기만 했든 화실에 사부작 대며 살아 움직이는 게 있으니 여간 위안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작업을 하다가도 슬며시 다가가선 괜히 집적돼 보고 그 놈 또한 나랑 눈만 마주치면 쫓아와서 직접 된다. 그 놈 때문에 아침이면 서둘러 작업실로 가게 되고 저녁이면 가능할 만큼 늦게 까지 있다 나오니 작업양이 많아지는것이 당연 지사라 이곳에 온 이유가 작업때문이니 복덩이가 굴러온 것이다.
   북경2007.1.9.
   작업실에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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