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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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에 부쳐- 201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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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문)

안창홍
-쿠리에서 고비까지-

화가 안창홍이 사진으로 전시를 한다. 소식을 전해들은 지인들은  ”왠 사진전?”하며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곧 사진전을 열 것이고, 지금은 며칠째 컴퓨터 앞에 앉아서 파일에 저장된 사진들 중 전시 방향에 맞는 것들을 골라내어 색 교정하느라 시간을 죽이고 있다.

왜, 전시 제목을 안창홍 ’쿠리에서 고비까지’라 정했는고 하니, 여행 사진들로 하는 전시라 그렇게 했다. 설명을 좀 더 덧붙이자면 약 이십 여 년을 일년에 한두번씩은 거의 해외로 여행을 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다닌 곳이 인도의 자이살메르와 몽골의 고비사막 주변이라 그렇게 한 것이다. 쿠리는 인도의 카자흐스탄, 자이살메르에 인접해 있는 작은 마을이고, 고비는 몽골의 고비사막을 뜻한다.

지금껏 개인전을 한차례씩 치러낼 때마다 화가로서의 본분 때문에 작품하느라 길게는 몇년씩 피를 말리며 밤잠설치던 과정과 비교해보면 사실 이번 전시는 애시당초 계획에 없었던 일인데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목적 없이 자유롭게 셔터를 눌러댄 사진들을 보여주는 전시라 느긋하고 편한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도 이미 만들어놓은 사진들 속에서 골라내어 프린트만 하면 된다는 생각의 여유로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으론 스스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일지도 모를 매우 중요한 기술적인 일들을 남겨두고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약간의 불안감도 가지고 있다. 그림이 시작부터 완결까지 본인 스스로의 의지로 이루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최종 결과물을 충분히 상상할 수가 있는 것이라면, 사진은 메커니즘과 인간의 합일로 이루어내는 성과물인 만큼 그 방면에 왕초보인 나로서는 도무지 감조차 잡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카메라 만지기를 좋아했다. (견고하면서도 세련된 몸통과 스스로 지능을 가진 듯이 보이는 탐미적이고 반들거리는 눈알) 물론 사진 찍기도 좋아했다. 궁핍과 절친한 관계이던 젊은 시절에도 제법 값나가는 카메라 (그땐 카메라가 재산 목록에 들어갈 만큼 귀한 시절이었음)를 어렵사리 장만하곤 여기저기 이것저것 열심히 찍어댔었다. 나름, 예술 혼으로 폼 나게 찍어 놓은 것들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사진과의 깊은 인연 때문인지 나의 작품들도 사진과 연관되어 있거나 사진을 이용한 것들이 많고, 마음 한편엔 기술적인 것과 예술적 내공이 다져진, 내 방식의 연출로 빚어낸 탄탄한 사진들을 모아서 전시를 하고픈 욕구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 바램과는 전혀 다른 맥락의 정말 예기치 않던, 뜻밖의 ‘사진’전 -쿠리에서 고비까지-를 이번에 열게 된 것이다.

벌써 며칠째 모니터 앞에 턱을 괴고 앉아서 저장 폴더를 뒤적이고 있는데, 골라낼 사진들을 살펴 보는 동안 마음은 쏜 화살이 되어 아련한 기억의 공간 속으로 날아가 감회에 젖어 헤매이기 일쑤다. 그러니 진도가 도통 나가질 않는다.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나에겐 의미가 있는 사진들이지만 대부분이 작품을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수준의 것들이라 핀이 잘 맞지 않는 것들도 있고 말 그대로 조금은 산만하고 즉흥적인  여행사진들이다. 그 순간 만이라도 가능한 한 모든 상념들을 떨쳐버리고 자유롭고 싶었을 테니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전시될 사진들이 전문가적 시선으로 볼 땐 기술적인 부분이 미흡하다하더라도 그래서 오히려 전시장엔 틀을 벗어난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넘실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진을 선별해 내는 며칠 사이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사진 속 인물들이나 풍경 위에 노랑나비를 몇 마리씩 팔랑 팔랑 날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비들이 여행자의 자유롭고 일탈된 영혼의 상징처럼 사진 속 여기저기를 날아다니게 하고픈 것이다. 어차피 디지털 카메라로 낚아챈 사진들인데다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색 교정 신세를 지고 있으니, 내친 김에 좀 더 적극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해 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는다. 비교적 안락한 삶에서 이탈된 오지 여행은 사실 여간 힘이든 것이 아니다. 불결함과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고 우리에겐 이미 생활화된 질서나 상식적인 원칙 마저 도 기대할 수가 없다. 그래도 틈만 나면 여지없이 그곳으로 가기 위해 배낭을 꾸리는 이유는, 우리가 잃어버린 지 오래된 사람의 향기가 그곳엔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물리적으로 치러내야 하는 육체적인 힘겨움 쯤은 정말 하찮게 여겨질 만큼 소중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내심과 절심함 없이는 감히 근접할 수 없는 가치로운것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가혹한 환경과 부조리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눈빛을  바라보노라면 많은 생각들이 오간다. 자기성찰과 깨우침, 경이롭고 찬란한 고대 문명들, 척박하고 광활한 대지의 숭엄함, 사막여우, 쏟아지는 별들, 눈만 감으면 선연히 떠오르는 보석처럼 빛나는 시간들이 지금 이순간도 내 손목을 잡아 끄는 것이다. 내 영혼의 한 부분은 언제나 그 곳에 있고 다시 그곳으로 날아가기를 꿈꾸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산은,
   사진전을 준비하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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