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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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전을 준비하며 2012/02/02
  2012_01_31_17.46.15.jpg====.jpg (77.5 KB)   DOWNLOAD : 24


인도에서 달고 온 감기가 쉽게 떠나려 하지 않아 며칠째 쿨럭쿨럭 훌쩍 훌쩍, 밤새 흐르는 콧물을 풀어댄다. 머리에는 열이 펄펄 냄비 올려놓고 라면 끓여 먹어도 될 지경이다. 그러나 코앞까지 밀어닥친 일이 산더미 같아 무리한 줄 알면서도 컴퓨터 앞에 앉아 식은땀을 흘린다.. 그나마 컴퓨터로 해결해야 할 일이 우선인 게 천만 다행이란 생각으로 좌판을 더듬는다. 코앞에 닥친 일이라는 것이 다름아닌 3월초에 있을 사진 전시 때문이다. 아니, 화가가 사진전이라니?

사연인적 선 그 이유는 이렇다.작년 늦가을 이든가? 친분 있는 사진전문 갤러리대표가 작업실에 들렀었다. 때마침 얼마 전 다녀온 여행 지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컴퓨터에 저장하고 있었는데 대표 왈 “’선생님, 여행 때 찍어놓은 사진들 모아서 우리화랑에서 전시 한번 하심이 어떠시겠어요?” 나는 별 생각 없이 “그러지 뭐” 라고 대답을 했다..그 대답 속엔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이라는 내 방식의 속네 가 들어있는 약간 우회적인 대답이었다.

그런데 던진 그 말 한마디가 씨가 되어 전시가 갑작스레 기정 사실화 되고 만 것이다. 며칠 후   갤러리 측에서 춘삼월 좋은 날을 아예 잡아놓고 연락이 온 것이다. ” 선생님 전시 날 잡았어요!” 애잉? 뭔 이런 일이, 갤러리 측에서 생각할 땐 사진 자료가 많을 테니 고르기만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전시하기 좋은 날짜를 잡아놓은 것이다.전화를 받는 순간 좀 당혹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애잇! 내친김에 저지르잣!'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촉박한 것 같았지만 “그러자”라고 대답을 날렸는데 뒤늦게 낭패가 난 것이다.

낭패의 이유는 이렇다. 전시준비 기간이 촉박함에도 프린터야 시간 걸릴 일이 아니니 원본중에서  골라내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에 차일 피일 미루며 개으름 피다가 얼마 전 전시를 위한 사진을 고르기 위해 컴퓨터에 저장해 논 폴더들을 살펴보니 사진들이 일부가 날아가 버렸는지, 애초에 서툰 기술로 저장을 잘못 해 놓은 건지, 아니면 저장 폴더를 잘 찾지 못하는 것인지 이유는 알수 없으나 오랫동안 모아놓은 사진들 중 절반 이상이 증발 해 버린 것이다. 더욱 난감해 진 것은 사진 대부분이 작품제작을 위한 아이디어나 기초자료 성격의 사진들이라 전시에 쓸만한  사진들이 간혹 눈에 뛰긴 한데 성에 차지않는다는 말이다.

사실, 여행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하든 초기 한동안은  늘 곁에 두고 지내든 카메라를  굳이 가지고 다니지 않았었고 설령 가져간다 하더라도 베낭속에 처박혀있기 일쑤였다. 그 이유는 사진 찍느라고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에 대한 소홀함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고 흐른 세월만큼 내 마음도  바 껴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고 난 한참 뒤 언제부턴가 카메라가 여행 베낭속에 스케치북과 동격으로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로 여행에서 돌아 올때면 여행 스케치들과 함께 작품제작에 도움이 될만한 사진들 또한 가득 가지고 왔든 것이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유는 아마 아나로그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아나로그식 찍기 방식과 사진을 손에 지기까지 과정의 번거로움에서 해방된  자동카메라 셔터의 순발력과 컴퓨터 시스템의 힘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아이디어스케치를 간편하게 해결하고픈 개으름과 잔머리 또한 일조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나로그 카메라가 요구하는 기다림의 미학과 견고한 보수성을 항상 소중히 여긴다)

어쨌거나 이번 사진전을 위해 쓸만한 사진이(아직 저장 폴드를 다 찾아보진 않았지만)별로 없을것 같은불길한  예감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그러니 전시를 코앞에 둔 자신의 입장이 여간 난감해 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당혹스런 그 한가지 이유로 감기를 무릅쓰고 진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쓸만한 사진이 눈에 뛸까 살펴보느라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전시는 치러야 하니 사진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골라내는 중인데 반복해서 찬찬히 살펴 보노라니 잘 골라내면 나름대로 재미난 사진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처음의 난감함에서 희망의 싹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안도감과 함께 찾아온 시장기를 해결하기 위해 작업실 문을 여니 그사이에 얼마나 퍼부었는지 어둑해지는 마당이 온통 눈에 파묻혔다. 계속해서 퍼부어대는 함박눈을 쳐다보며 속으로 "믿을건 일기예보 뿐이군, 읍내 식당에 가서 먹기는 걸렀구나 라면이나 끌려먹어야지 근데 라면은 있을 라나? 애고 내 팔자야.” 혼차서 긴 말을  구시렁대며 눈을 해치고 마당을 건너 온다.
   -전시에 부쳐- [3]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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