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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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가요 ! 2007/01/02
겉으로야 표현 안 했지만 이번만큼은 잘 해 보겠노라고

정말 성실히 당신을 대하겠노라고

넘치는 의욕과 단단한 다짐으로 맞이했던 님.

그 님이, 방금

되돌릴 수 없는 어둠 속으로

영원히 떠나갔습니다.

깜짝 놀란 가슴으로,

달빛 속에 희끄무레한 눈밭을 지나

어둠의 장막 속으로 잠겨 드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며칠째 허겁지급 쓰잘때 없는일에  시간과 넋을 빼앗기느라

님과의 마지막인 너무나 명백한  이 순간마저

깜박 잊고 있었든 것이지요.


늘 그래왔듯이,

당신의 뒷모습에  이별을 고해야 하는 쓸쓸함.

얼음처럼 차갑고 너무나 단호하여

결코 되돌아 보는 법 없는 당신의 완고한 등판.

지나온 것들에 대한 미련과 후회의 깊이만큼

당신의 그 단호함이 나에겐,

반비례의 매정함으로 다가오는 것이지요.


인간들의 이기심이 뱉어놓은 온갖 궂은 것들,

허접쓰레기가 되어버려 치렁치렁한

시간의 껍질들을 다 거두어

짊어지고 떠나가는 당신의 뒷모습 바라보며

밀려오는 회한으로 이별을 고합니다.



비록 순간일지라도

당신의 존재마저 잊고 지냈든

망각과 개으름의 시간들이 새삼 떠오르며

부끄러움이 송곳처럼 가슴을 찌릅니다



벌써 저만치 떠나가는 님,

이미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 묻혀버린

당신의 완고하고 단호한 등판을 떠올리며

핑계와 변명의 유혹에 놀아나느라 낭비해 버린

헛된 시간들에 대한

때늦은 자책감으로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막연한 기대감과

준비되지 않은 마음의 설래 임만으로

맞이하는 새님 앞에선

물론 새로운 각오가 우선해야 겠지만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차라리 이 당황스러움이

상투적 맹세나 다짐보다 위선적이지 않아

자신에겐 오히려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그랬듯,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새 님과는

저 또한 서둘러 미리 내새우는

각오나 다짐 없이 잘해 볼 랍니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


북경의 한해는 그렇게 보내 볼 랍니다.

잘 가세요 2006년이여!

실망시켜서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삶은 선택이다.
   조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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