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회원가입 로그인
    오늘, 2006/12/28
아침엔 모처럼 방안으로 햇살이 밀려 들었다.
하숙집 방 창문이 정동쪽으로 나 있으니 해가 떠 오를 때는 아침노을의 붉은빛이 책상 앞 벽을 물들이다가 눈부신 햇볕이 방안 깊숙이 밀려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햇살을 볼 기회란……글쎄…… 기억이 까마득할 만큼 북경의 매연은 심각하다.

잠시 나갔다 돌아와 손을 씻어도 시커먼 구정물이 나올 정도이니 첨엔 이 공기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었는데 간사한 몸이 너무 빨리 적응하는 것 같아서 겸은 쩍을 정도다. 무슨 말인고 하니 한국 있을 때도 잘 안 씻긴 했지만 이곳에 온 후론 씻어도 표시가 없으니 더 잘 안 씻게 된다는 말이다.

일어나서 거울을 보면 밤사이 머리카락 속에 새들이 몇 마리나 들어앉았다 간 듯이 부스스 한데 세수할 때 뻣친 머리카락을 물 칠로 대충 눌러노코 마는 것이다. 북경사람들의 머리카락이 왜 지저분할 수밖에 없는지 조금씩 이해가 갈 때쯤 내 머리카락도 이미 그들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남자나 여자나 아예 감지를 않는데 이유가 복이 나가기 때문이란다. 물이 귀한 북경에서 그를듯한 속담 아닌가. 집 구조가 입식이라 썰렁해서 실내에서도 외출복을 그대로 껴 입고 있으니 더 잘 안 씻게 되는 것이다. 물론 물세절약도 중요한이유일것이다. 아파트일 경우엔 온수는 값을 더 처서 내야한다.

이곳 사람들 생활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낭비와 허영이 많은 나라인지 부끄러울 정도이다. 종이박스 하나라도 모아다가 내다 팔고 비닐봉지 하나도 그냥 버리는 법이 없다. 빈병은 물론이다. 그것은 생활의 습관이고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지 부의 편중문제가 아니다. 근검절약은 아무리 실천해도 해 될 것이 없는 일이 아닌가.

우리나라도 불과 얼마 전까지 그랬지 않은가. 그런데 언제부터 망국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일까?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한겨울 실내에서 한여름 복장으로 지내는 나라가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다.

각설하고, 어제도 한차례 중고 시장에 들러 필요한 비품들을 몇 개 더 샀다. 청소기랑, 수납장이랑, 물감 담을 수레랑, 쿳션있는 의자랑, 온수기는 새것으로. 쿠션의자를 고르는데 옆에 섰든 하숙집 주인 녀석이 “선생님요! 체면이 있지 이거이 너무 낡은 거 아니라 요?” 한다. “그래? 그라마 니가 함 골라봐라” 신이난듯이 이곳 저곳 살피더니 구석에서 하날 골라 내는데 내가 고른 것 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선생님! 이거이 어때요?” “음! 내보다 눈이 났네!” 한마디의 칭찬에 금방 입에 미소가 가득해진다.

젊은 녀석의 이북 사투리 억양이 첨엔 생경하더니 자꾸 들으니 얼마나 곰살맛고 정겨운지, 우리는 이미 쓰지 않는 고어들, 요즘은 제법 친해졌는지 일 없는 날은 “ 선생님, 뭐 필요한 거 없어요 같이 사러 갈까요?” 하고 먼저 말을 건넨다. 직업이 관광 가이드라 한국 관광객들의 행동에 익숙한 만큼 처음 나를 대할 땐 봉을 만난 듯 하였다. 어떻게 하면 바가지 쒸워서 한 푼이라도 긁어낼까 잔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같이 다니다가도 “여기는 기름 맛 사지 해주는 곳이래요,” “여자들 젖탱이 다 내놓고 몸에 기름 발라서 문질러준대요”. “저기는 술집인데 예쁜 아가씨들 많아요 팁은 00래요” “저기, 사우나는 몸만 씻는 데는 00원 이 구요, 안에 다 있어요, 전신 마사지, 발 마사지 다 있어요” 하며 관광객들이 원했음직한 코스를 의기양양하게 늘어놓는 것이다.

그런 곳에 사람들을 다리고 가면 업주들이 찔러주는 부수입 또한 만만치 않았을 텐데 내가 아예 반응을 보이질 않으니 시큰둥해 지더니 언제부터인가 아예 그런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 틈에 나도 이야길 꺼집어 내도 되겠다 싶어서 한마디 굳혀둔다.”oo 아! 잘 들어라, 나는 관광 온 것이 아니고 여기 서 1년 살러 온 사람이야. 그러니 돈 뿌리며 즐기고 댕기는 관광객 상대하듯이 날 대하면 안돼. 알것냐?” “예, 알가슴네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의 관계를 개선시켜 간 것이다.

그러든 중 며칠 전에는 심하게 앓고 있은데다 잠까지 못자  죽을상을 하고 있으니 보기가 딱했든지 조심스럽게 말을 꺼 집어낸다. “저..선생님 우리아파트 단지 안에 동네주민들 가는 마사지 집이 있는데 한번 가보실래요? 가격도 싸고요 몸이 너무 힘들 땐 받아보면 좋아요.” “음!..함 가보까?” 둘이 집을 나서니 바로 옆동지하에 안마 시술소가 있었다. 1시간 동안 발 지압을 받는 것인데 피로하고 몸이 무거울 땐 받아볼 만하다. 그날도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

중국에는 피로 풀기와 치료를 위한 마사지가 거의 생활화 되어있는데 한국 관광객들이 들락대면서 퇴폐의 감성을 가미 시켜놓고 가격 또한 올려 놓은 것이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 우리민족 따라갈 나라 또 있을까. 작업실 입주에 차질이 생겨서 지겨워 하고 있으니 처음엔 몸에 벤 직업관 때문인지 늘 가이드 해왔든 관광객과는 뭔가 달라 보이는 나를 즐겁게 해줘야겠긴 한데 감을 잡을 수 없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더니 이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완전히 파악한 것이다.

저녁 먹은뒤 동네 산책하기, 제례시장 구경하기,초등학교 1학년  딸래미 미홍이랑 놀기, 자신의 고향 장백산 이야기듣기 등. 그 중에서도 가보지 못한 장백산 자락의 마을 이야기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들개 이야기며, 산천어 낚시 이야기며 한족마을 오리, 닭서리 이야기할 땐 가슴마저 두근거렸다. 그렇게 특별한 취미 때문에 비위 마추려고 신경쓰야 할 일이 없는  나의 실체가 파악되자 경직돼 있든 얼굴의 안면 근육도 풀리고 날 볼 때 마다 싱글벙글, 내가 웃으며 농이라도 한마디 던져주고 나면 더욱 신이 나서 좋아한다. 계산 없이 사람을 대하는 것보다 더 편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어제는 아주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고시장을 돌며 솔선해서 물건값을 흥정해 깎아주고 너무 비싸게 부를 땐 사지 말라며 말리기도 하였다. 작업실에 나를 다려다 주고는 어서 돌아가서 너일 보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청소를 도우며 가지 않는 것이었다. 관광객에게 선물 밭은 것이라며 카페노래모음 씨디를 선물이라며 줬다. 듣지 않는 노래였지만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서 받아두었다. 이제 나를 편한 이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선생님!” “와?” “제가 가만히 보니까요 다른 중국화가들 공작실보다 선생님 공작실이 최고래요, 잘은 모르지만 뭐이가 달라요, 중국 화가들 말하는거이하곤 선생님은 뭐이가 달라요” “그래?” 처음 이 친구를 만났을 때 중국 작가들 작업실을 방문 중이엇기 때문에 따라 다니면서 이곳에서 잘나가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꽤 많이 본 것이다.통역을 맡았으니 이야기도 많이 해본 셈이다. “너, 이제 집에 안 갈 거냐?” “방해 안되면 좀 더 있다가 선생님 모시고 갈래요” “미홍이 학교서 다리고 와야잖아?” “걱정 아이해도 되요, 방금 마누라한테 대신 다리고 오라고 전화 했어요!”

허어 참! 난 청소 해놓고 앉아서 모처럼 음악도 좀 듣고 작품 에스키스나 하다 갈까 하고 있었건만 의외의 복병이 나타난 것이다. 날 배려한 따뜻한 마음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내 일을 포기하고 만다. “그래 그래 차나 마시고 좀만 더 있다 가자!” 덕분에 느릿느릿 흘러나오는 카페노래만 실컷 들었다. 특별 배려로 날 위해서 틀어 논 노래이니 참고 들어주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그래, 그림이 별 거냐! 삶이 더 중요한 것이지, 하고 스스로 위로 하면서도 좋아하는 음악에 묻혀 작업구상하며 시간 보내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웠다.

   조건. [3]
   북경엔 별이없다. [2]
     


Copyright 1999-2018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