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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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날때는 휘리릭. 2006/11/28
어젠 늦은 밤 마당에서 쓰레기를 태웠다.

작은 불씨가 조금씩 번지며 천천히 일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엔

불꽃가루가 치솟아 오르며 맹렬히 타기 시작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넘실거리는 불길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어 들었다.

며칠째 작업실물건들을 정리하고 대청소를 하는 동안은 담담했으나

정리와 청소의 마루리 단계에서 행해지는 쓰레기를 태울 때야 비로소

잊고 있었든 일이 문득 생각이 난 듯 불현듯이 마음이 싸 해진 것이다.

불길이 잦아들 무렵 빗방울이 후 두둑하여 잘됐구나 하고 작업실로 들어갔다.

17년 동안 대청소라고는 해 본적이 없었든 개으름 탓에

청소가 끝난 작업실은 화안하고 반들반들한거씨 나의 작업실 같지가 않았다.  

캔버스들 마저 죄다 벽 쪽으로 돌아서 앉은데다

물감이고 붓이고 몽땅 북경으로 보내버렸으니

텅 빈 것 같이 더욱 낯설어 보이는 작업실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 드는 마음이 종일 지척 이는 겨울 비 탓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이틀 후면 북경에 있을 테니 그 동안 쌓아온

양평작업실과의 정분은 당분간 끊어버려야 한다



삶은 떠남의 연속. 생은 미지의 문을 향해 뻗친 수도 없는 갈래 길.

지칠 때까지 떠나고 쓰러질 때까지 열고 또 열어야 할 미지의 문들.

관 뚜껑에 대못이 박혀 도저히 팔을 뻗칠 수 없을 때까지,

관절에 구더기가 들끓고, 무릎 연골이 썩고, 눈알 속으로 나무뿌리가 자리를 잡고,

정강이뼈마저 삭아버려 도저히 일어설수 없는 최후의 순간까지,

떠나도 떠나도 또 떠나야만 하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우리네 삶의 길.  



그냥 마실 가듯 휘익 떠나버리면 될 일에다

괜시리 의미부여를 하며 심각해 진다.

밤을 지새다 시피 한 새벽엔,

늘 보는 풍경이었으나 달라진 감흥의 우울함으로

비에 젖어 을씨년스른 창밖 정원을 내다보았다.

낮엔, 개들에게 밥을 주면서도 후배에게 마 끼고 가야 할 처지를 생각하니

눈빛이 애처로워 보여서 마음이 불편하였다.

영영 떠나는 것도 아니고 불과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이웃나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도 이렇게 감상에 젖어서야 원!

나는 항상 첫 시작이 어렵다.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서운 속도로 적응하면서도

항상 새로운 시작이 힘이든 것이다.


   베이징에서의 첫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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