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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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겨웠든 시간은 지나가고, 2004/09/21
며칠을 앓은 것일까?

마당에 내려서니 무성하든 초록 풀들이 성장을 멈춘채 생기를 잃었다.

방에 박혀 끙끙되고 있는 사이에 가을이 마당 안쪽까지 발을 깊게 디밀

어 넣은 것이다. 앓을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든 풍경들의 세세함이 새

롭게 읽혀지기 시작 한 것은 나에겐 좋은 징조이다.

낮엔 아래집 김씨와 함께 읍내에 나가 목욕탕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

거고  느긋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음식 잘하는 중국집을 찾아가 청요리를 안주 삼아 고량주도 한잔하였

다.

자장면도 한 그릇 후딱 해 치웠다. 오래 만에 입맛이 돌아 온 것이다.

미열이 조금 있긴 하지만 회복 단계에 들어선 듯 몸이 가벼웠다.

어지르진 방을 정리하고 아픈 와중에도 다급한 일정 때문에

그리기를 중단 할 수가 없어 비몽사몽간에 붓질하든 그림들 앞에 앉아

그동안 진행된 작업을 찬 찬히 관찰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내었다.

모처럼 음악을 틀고 바닥에 흩어진  붓들과 물감을 정리하고 전시일정

표와 작품 진행을 위한 계획서를 살피고,

미뤄 두었든 잡다한 계획들을 적어둔 메모 지를 읽어보면서

어느새 아프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와 있는 나를 느낀다.

고열과 땀으로 힘들게 지새웠든 지난 시간들과 마음을 괴롭혔든

반성의 시간들은 늘 그래왔든것 처럼 이제 곧

두텁고 견고한 상자에 갇혀 망각의 시간 속에 버려 질 것이고

아무 일도 없었든 것처럼 나는 다시 덧없이 흐르는 일상의 강물에 몸을

마끼곤  바삐, 바삐 흘러갈  것이다.
   와인 잔을 바라보며,
   며칠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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