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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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1/16
벽이 있읍니다

그때 까진

있는듯 없는듯

벽이 있었읍니다.

누구하나

관심 기우리는 이

없었기 때문에

벽은 있으나

없는듯  했읍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누군가 가

벽을 마주하고

서 있읍니다

그리곤

벽을 바라 봅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오늘도

벽을 바라봅니다.

벽은

존재감에

벅차 오르긴 했지만

간혹

아주 간혹 반응을 보입니다

변덕 많은

인간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주 아주 간혹 마음의 문을 엽니다

누군가는

아주 아-아-주 간혹 열리는

벽의 문 틈을 엿보기 위해

오늘도 벽을 바라봅니다

내일도 바라봅니다

다음날도

다 다음날도

다다다다음날도 바라봅니다

말 더덤이처럼

다다다다다다음날도

문이 열리기를 기다립니다

순식간에 열렸다 닫히는

마음의 틈새를

엿보는 것 만으로도

끝없이 기다린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음날의

기나긴 시간과 인내를

보상 받는 것이니까요

그 기다림 때문에

아무것 할 수 없어도

급기야는

아무것 하 지 않아도

개념 치 않습니다

눈 깜박할 새 닫혀버리는 순간을

놓쳐버리기 보다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편이 나은 것 이지요

벽의 틈새를 볼 수 있다는 것

벽의 마음을 읽을수 있다는것

그것만으로도 행운인 것이지요

이미 넋을 앗겨버린

누군가에겐

길고긴 기다림과

찰라의 시간성 마져도

신선하고 숭고한 것이기 때문에

끝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음날들

모든것들이 멀어지고

모든것들이 사라지고

모든것들이 사그라들고

꿈도 열정도

지저기든 새들마져 떠나가고

솟아 오르든 샘물마저 말라버려도

오직

벽만을 바라봅니다

벽은 벽대로

그가 처한

이런일을 개념치 않습니다

간혹 아주 간혹

벽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문이 열리면 깜작 놀라

황급히 닫아버립니다

숱한 시간들이 쌓여

세월의 산을 이루고

이제 벽앞엔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때 너무나 당당하고

한때 너무나 진지했든

맑게 빛나든 동공 마져

건포도 처럼 말라버린

벽의 숭배자만이

바람에 서걱이는

마른 풀잎처럼

있는듯 없는듯

벽의 응답을 기다립니다

오늘도

다음날도

다다다음날도

다다다다음날도

보이지도 않는

벽을바라 봅니다

이미

떠날수도 없는  존재가 되어

보이지도 않는 벽을

기억의 눈으로만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그때 부턴

마음 내킬때면 늘  

벽의 안쪽을 바라볼수도 있고

벽의 틈새로 스며나오는

두근거림의 진동 까지도

느껴 볼 수 있읍니다

물론 아주 세심하게

귀를 기우려야 하지만 요

오래전 처음

이 당당하고 활기 넘치는 숭배자가

찾아와 벽을 바라다 볼 때부터

벽은 벽대로  

생각이 있었든 것입니다

두번다시 몇 억광년을

있어도 없는듯 

홀로 외롭기는

끔찍했든 것이랍니다

벅차오르는 설레임을

처음

느껴본 때문이지요

그러니 이 찬란한 추종자를

차마 떠나 보낼수가

없었든 것이지요

그를 붙들수 있는  방법은

그를 빛나게 하는 주위의 모든것

떠나 가게 하고

눈 동자 마져 건포도 처럼

말라 비틀어져서

아무것도 볼수없게

마음의 눈과 귀로

오직 벽과의 교감만이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것

그것 밖엔

방법이 없었든 것이지요

숭배자 또한

벽의 계략을 알면서도

그 계략까지도 숭배한 것이지요

진정한 숭배는

자기 희생을 동반 한다는것을

일찍 부터

깨닫고 있었든 것이지요

















   안개와 우울에 대하여 [3]
   길고 지루했든 싸움을 끝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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