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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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生은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2007/03/21
소문의 속성을 잘 아는지라  몇몇 지인들만 알고 있을 정도로 입원과 수술을 극비리에 진행했건만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요즘은, 심각한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연락이 뜸하든 사람들까지 놀람과 근심으로 안부를 묻는 전화를 걸어온다. 이 모든 것들이 애정의 발로이리라. 세상에는 비밀이 없는 법, 눈덩이 처럼 불어난채 떠도는 억척을 불식시키고 애정어린 염려또한 안심시키기 위해 병원에서 틈틈이 적어뒀든 병원 일지를 정리하여 일부를 우선 옮겨 둔다.

비록 수술을 위한 병원생활이었지만 독특한 형태의 사회를 이루며 희망과 절망의 순간들이  밤낮없이 숨 가쁘게 엇갈리는 교차로 같은 하얀 병동의 생활속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환자들의 안도와 좌절, 그 쓸슬하고 애절한 눈빛들을 바라보는 동안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든 절박한 삶의 드라마의 생생함이 비수처럼 나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결코있지 못할 가슴저렸든 순간들이 나의 삶과 예술에 얼마나 스며들 수 있을런지.....


병원일지.
2월 22일, 한사랑 내과병원에서 가슴 X레이 촬영, 우측폐 상옆에  종양발견,
2월 23일, 오전 CT촬영, 제차 확인, 오후 건국대학병원 입원, 5일에 걸쳐 정밀검사
2월 24일,  서울발 오후7시40분, 북경행 항공권 연기.
2월 27일, 초기 악성종양 확인후 퇴원,(며칠의 생각끝에 수술결심)  
3월  2일, 수술을 위해 강남 삼성의료원에 입원,  몇 가지 제 검사.
3월  8일, 오전 7시 30분 수술실행.오른쪽 폐 상엽에 생긴 악성 종양 제거(집도의:심영목 박사)
3월 13일, 퇴원, 현재 양평 작업실에서 산책과 가벼운 작업으로 소일하고있음 .


병원, 희망과 절망의 교차로.

00일
어제 아침에 치른 수술이 힘들었든지 열과 땀으로 침대와 이불을 적시는 사이  먼 산 능선이 여명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치고 마른 안구를 통해 흐릿하게 다가오는 풍경이지만 아침노을은 아름답다. 그것은 수술 후 안전해진 生에 대한 안도감과 운이 좋았다는 의사의 말대로 잠시 휴식 후 다시 이어질 분절 되지 않은 생의 소중함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 때문에 그 아름다움이 배가되어 다가오는 것 일 것이다. 암튼 수술자리는 아프다, 쇠붙이들이 몸속을 휘져어 놓고 살점의 일부를 잘나내기까지 하였을테니 아프지않음이 이상한일 일 것이다.

00일
불과 보름전만해도 열정과 자신감으로 스스럼없이 내어딛든 발걸음이었는데 이렇게 덜컥  병원에 갇히고 보니 갑갑하기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완으로 두고 온 북경작업실의 그림을 하루빨리 마무리해야한다는 마음만 더욱 간절해진다. 그 간절함은 밤사이 지친 육신을 희망의 봉오리로 다시 밀어 올리기 위한 자기최면의 표출 형태인 지도 모르겠다.

00일
아침엔 주사기를 든 간호사가 팔뚝을 이리 저리 살피더니 혈관들이 다 숨어 버렸다고 했다.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주사 바늘을 자꾸 찔러대다 보면 혈관들이 스스로 살갗 속 깊이 숨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주사기로 약물 투여하기가 점점 더 힘이 들어지는 것이다. 며칠동안 밤낮없이 찔러 되는 주사바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려 보지만 난생처음 당해보는 경험이라 익숙해지기가 여간 힘이든 것이 아니다. 이 지옥 같은 끔찍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맑은 공기 속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모범학생처럼 의사와 간호사가 지시하는 대로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00일
처음엔  처해진  상황에 납득이 가지 않았고 받아들이기 또한  당혹스러웠으나 재빠른 사태인식와 용단으로 불과 보름 사이에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해결되었으니 지금은 이렇게 침대에 누워  수술 후의 통증에 힘들어 하면서도 한편으론 안도의 숨을 함께 몰아쉴 수 있는 것이다.

00일
수술부위에 통증이 올 때 마다 수술 전 상담 때 의사선생의 말을 떠올린다. “안 선생은 환자 중 5%안에 더는 행운을 잡은 것입니다. 수술에  난이도가 좀 있긴 하지만 별 문제없이 잘 될 겁니다.” 의사 선생의 확신대로 수술은 무사히 잘 치러졌고   회복을 위해 스스로 열심히 노력을 한 만큼  회복도 다른 환자들 보다 빠른 편이라니 가벼워진 마음으로 옆구리를 뚫고 나와 주렁주렁 달린 호스와 오물통들을 끌고서 열심히 복도를 걷는다. 원형으로 된 복도를 한바퀴 도는데 80m라니 50바퀴를 돌면 4km가 된다. 그 긴 복도를 틈 날 때 마다 걷고 또 걸으니 하루에 4, 5킬로미터는 족히 걸을 것이다.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나서고 싶은 마음이 몸을 재촉하는것이다.간호사, 환자 할것없이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아니 하루 종일 운동만 해요?" 라며 웃는다. 틈 날때 마다 들리는 K가 웃으며 이야기한다. “아니 환자얼굴이 왜 이리 좋아, 나이롱환자 아니야 이거?” 농을 하며 빠른 쾌유에 안심하는 친구의 눈빛이 따스하다.

00일
며칠후 병원을 나설땐 " 벌써 퇴원해요?" 하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중증환자들이 못내 마음이 아팠다.
   그럼,그럼. [2]
   옌날,옛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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