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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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다핀 꽃 한송이(1)-起 死 回 生- 2004/05/29
얼마전 채氏 나비농장에서,

제비나비 종류의 애벌레들이 좋아 한다는  황벽나무 어린놈을  

한그루 얻어다 마당 한켠에 심어놨는데  

돋아나는 잎들 군데군데

언제 낳고 갔는지 제비나비의 알이 가득 하였다.

그리곤 며칠후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이

갓 돋아난 보드라운 잎들 마다 달라붙어

왕성한 먹성으로 열심히들 갉아먹고 있었는데

이놈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더니 나중엔  

큰놈은 어른 새끼손가락 세마디 만큼이나 되었다.

성충이 된 나비를 상상하며 살오른 놈들의 모양을

바라보는 마음이 즐겁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아직 뿌리도 채  내리지 못하였을

어린 나무가 죽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도 되었는데

나중에 나비 볼 욕심에  너무 심각하게 이문제를 생각지 않기로 하였다.

그리곤  한 동안을 바쁘게 보내다가 생각이 나서 살펴 보니

잎들은 간데 없고  앙상한 줄기마다 메달린  

크다란 애벌레들의 움직이는 모양새가

굶주림에 지친듯 사뭇 심각해 보였다.

나의 생각짧은 욕심때문에

나무는 나무대로, 애벌레는 애벌레대로,

둘다 죽게 생겼으니 큰 낭패를 당한것이다.

사실은 처음 나비 알을 발견했을때 부터

이런 사태를 짐작 했건만

설마하는,편한 생각이  낭패를 불러 들인 것이다.

생각끝에 애벌레라도 살여야겠다 싶어 채氏에게 전화를 걸고

사정 이야기를 하였더니 애벌레를 가지러 오겠단다.

반쪽의 구원 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어

애써 마음을 달래며 기다렸는데  이틀후

채氏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늠름한 해결사의 모습으로  

쏟아지는 비를 헤치며 황벽나무 세그루를 실은 트럭을 타고

아내와 함께 나타났다. 

트럭에서 내려선 채氏는 나와 함께 황벽나무를 내리고,

그의 아내는  애벌레들을

능숙하고 조심 스러운 손길로  미리 준비해온

약간의 먹이가 들어있고 작은 구멍들이 뚤려있는

투명한 플라스틱 통 속에 넣었다.

그리곤 차 한잔을 하는둥 마는둥 고맙다는 말을 전할  

겨럴도 없이  두 사람은 다음 목적지를 향하여

쏟아지는 빗속으로 다시

트럭과 함께 황급히 사라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비를 맞으며

두그루의 황벽나무를 심고,

한 그루는

이 나무를 구하고 싶어했던

월산리 김氏에게 건네 줄 심산으로

남겨 두었다.  


  
    못다핀 꽃 한송이(2) [3]
   종일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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