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작업노트
AHN CHANG HONG ' WORK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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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먼자들 201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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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blindness' 2016 합성수지 위에 아크릴릭


도시란,
자본주의의 꽃이자 상징이며 수렁이다.
더높은 빌딩숲과 그숲에 가리워진 습기찬 응달(결코 변하지않을),
명멸하는 불빛의 화려함과 환락, 넘쳐나는 풍요.
물질 만능의 뒤안길에 드리워진 빈곤과 어둠,탄식의 눈물.
정글의 법칙속에서 생존을 위한 갖은 방식들이 난무하는곳.
위선과 가식의 표정들속에 감추어진 저속함과 천박함, 극악한 이기심들,
약탈과 겁탈,마약,살인,비열함.버려지는 순정.
쓰레기통에 처박힌지 이미 오래된 양심과 진실들.

자본주의의 속성상 돈과 매춘, 부패한 권력과의 은밀한 거래가
대부분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번들거리는 불빛과 네온 아래에서
은밀히 꽃을피우며 그 자양분에 빨대를 꽂기 위해
이익집단들이 벌이는  광기어린 난투극!
먹이사슬의 하위 그룹들로 이루어진  
도시빈민들의 절박하고 고닲은 삶.
배신과 상처, 고통과 비애, 그 아귀다툼 속에서
유기되거나 폐기되는 희생자들은 약자들의 몫.
그리고 침묵과 망각.

무엇인가 담보하지 않으면 작은 행복조차 누릴 수 없는
탐욕과 착취의  도시.
가진자와 힘있는자들만의 해방구.
나의 시선은 적응 하지 못해 떠난  망명자처럼
도시의 한복판을 서성이며 시간의 언저리를 더듬는다.
박쥐처럼 어둠 속을 떠돌며 이 모든 것들의 시작과
종말을 바라본다.
되풀이되는 역사의 틈을 비집고
나에게 속해진 순간의 서사를 기록하기 위해
촉수를 들이 된다.

왜냐고?

내가 찾는 영감이 뿌리가 그 뒤틀린 시간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왜소함에 대해, 인간의 미약함에 대해 생각한다.
불완전한 절름발이 영혼에 대해,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한
눈먼 자들의 광기와 비애에 대해, 연민에 대해 생각한다.

푸르스름한 가로등아래 고삐를 놓아버린 듯 초점 없는 눈동자와,
룸살롱 접대부나 노래방 도우미들의 입가에 문드러진 루즈 자국처럼,
지치고 남루한 영혼들,
쇼윈도 불빛아래서 우두커니 도시의 어둠을 지키는 마네킹들과 뭐가 다를 바 있는가?

피가 낭자한 혈투를 통해 부와 명성을 거머쥐는 벼랑 끝 스포츠 격투기.
이들의 사투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은패된 폭력성과 잔인성을 담보로 한
노골적인 장사속과 쾌락주의.(관객들을 자극하여 흥분으로 유도하기위해  
투사들의 피투성이 면상을 그냥 방치한다)

로마시대 원형극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펼치든 노예들의 사투에 열광하든 관객들과
2000년이 지난 이시대 관객들 사이의 동질성과 단일성.
상업적인 전략과 중독성. 뭐가 다른 것일까?

tv를 틀면 뻔뻔하고 파렴치한 위정자들의 날름 되는 붉은 혓바닥,
똥창과 직결된 목꾸녕을 통해 역류하듯이 배설되는 말의 똥 덩어리들.
선동. 우민들의 집단최면과 광폭함!
나는 이 야만의 도시 속에서
쾌락과 광기에 눈먼 자들이 쌓아 올리는 신기루의 허망함을 본다.

"화가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감상적이고 일차원적인 이 물음 앞에서 나는 몇 년째 열병을 앓고 있다.

이번 작품들은
그 해답을 또 다른 형식의 표현을 통해 찾아보려 노력한 결과물 들이다.
작품들중엔
표정들 속에서 서정성을 확보하려 노력한 것들도 더러있다.
슬픔과 고독, 비애감등등,내면에서 묻어나오는것들.

앞서 말한 또 다른 형식이란, 평면작업이 아닌 입체조형물을 말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드문 드문 작은 것들
(테라코타, 나무조각 혹은 기존의 상품들을 이용한 작품들)을 만들 때 마다
전격적인 입체작업에 대한 열망은 있었으나
여건상 착수하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가
"더 늦기 전에" 라는 외침으로 나를 밀어붙였고
2016년 1월부터 2m남짓의 두상을 흙으로 빗기 시작하면서부터
만들기에 푹 빠져서 지금까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흙으로 빗은 원형으로 거푸집을 만들고 합성수지로 12개의 두상을 떠내었다.
얼굴가면(156cm)은 2016년 4월경부터 작업하기 시작하였다.
합성수지의 선택은 무개 때문이다.

입체 물들의 표면을 페인팅으로 마감하기로 결정한 후
몇 가지의 재료를 놓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였다.
직접 페인팅이냐, 분무기마감이냐에 따라
재료선택을 달리해야 하는 문제에 당면한 것이다.
실외용 도료는 붓에 의한 페인팅이 불가한 이유 때문에  
직접페인팅의 자유로움을 위해선
내가 가장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재료 중 하나인
아크릴물감을 결정했다.

그 후 1년여 동안 도시군상들의 인상을 담아내기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물들이 모아져서
개인전을 통해서 첫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제목은'눈 먼 자들'이다.
처음 시작할 땐 시행착오도 겪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과 누적되는 피로감에 힘이 들었으나
하나 둘 완성품이 나오기 시작하자
속도에도 탄력이 붙었고 작업과정의 고됨 마져도  
견딜 만 해진 것이다.
시간과 인내심이 약이었든 셈이다.

   '눈먼자들'blindness연작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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