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평론모음
AHN CHANG HONG ' CRITIC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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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생활자의 초상 글/ 성 완 경 2004/08/25
  안창홍은 사람됨이나 작품에 있어서 다같이 고독한 작가의 전형을 느끼게 한다. 비참함과 화려함이 함께 떠도는, 아니 묻어나는 듯한 그의 화면에서 우리는 황폐와 고독, 소외와 불안, 인간성이라는 것의 잔혹함과 왜소함, 공포와 비극성 같은 짙게 조여오는 강박을 발견한다. 고통을 주는 자와 고통을 받는 자간의 구도로 판독되는 이 세계의 한가운데, 아니 한구석에서 그 비극을 늘 엿보고 확인하면서 작가는 역사나 인간이라는 것의 그 왜소한 규격에 대해, 그 폭력과 황폐함에 대해 증오로 맞선다. 그리고 아직은 온건한 인간의 붉은 입술과 혀로-저 부드러운 털북숭이로 둘러싸인- 침뱉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의 작가적 제스처의 귀족성과 화려함은 이 침뱉기의 고귀함,, 거부와 저주의 그 고쳐질 수 없는 지독한 개인의 인습에 연유한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이 지난 세기의 저 낭만주의들 이래로 인습의 우둔함과 왜소함으로 찌들은 인간세계 속에서 '고귀한 야성'과 천재성의 이름으로 반항과 거부의 몸짓을, 저 방탕스러운 자유와 관능의 화려함을 과시해 왔던 이른바 근대예술가라는 것의 전형에 결부된 또 하나의 인습, 곧 예술가라는 생물의 그 고쳐질 수 없는 인습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안창홍이라는 예술가의 이 생물적 표지는 그의 인간적 풍모에서도 그대로 읽혀진다. 작은 키에 구렛나루의, 예술가적 자존과 이기심으로 살찐 장수하늘소 같은 당찬 느낌, 그러면서도 소년처럼 맑고 부드러운 얼굴, 화려한 감성, 몸에 밴 개인주의 - 어떤 동원명령에도 움직이지 않을 저 지독한 게으름- 멸시와 도피, 고독 이것이 안창홍이라는 예술가의 생물적 지표들이다. 미술대학을 다니지 않고 일찍부터 독립생활을 시작했던 그의 생활경력이 이런 개성을 만드는 데 일조 했을지도 모른다. 개인사적 표지는 작품 속에서도 발견된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가면과 인형(허수아비)의 이미지가 그의 가족사진을 옮겨 그린 그림들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작가는 자신의 가족의 훼손된 초상들을 통하여 이미 훼손된 세계의 황량함에 대한 공포와 격리감을 표현해 왔다. 가족의 초상들의 눈과 입을 검게 뚫고 벌어지게 만든 그 는 지금도 그 공포는 지금도 그의 영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지 모른다. 해부대 위에 부서진 인형, 해골, 허수아비, 화살을 맞거나 목이 졸린 새의 주검, 히비쿠샤(원폭피해자)의 가면, 가시에 찔린 얼굴 등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비통하고 참혹한 형상들은 초기의 가족초상 속의 가면과 허수아비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안창홍 작품의 이 어두운 측면은 개인사나 작가적 기질의 결과만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적 삶의 어두움, 특히 최근의 저 중압감을 주는 우리의 어두운 사회현실과도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보여진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사회의식 내지 상황의식을 담은 것이라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현실을 그리는 방식은 상황적, 서사적이라기보다는 현실의 우화적 변용 쪽에 가깝다. 그리고 이 우화적 변용 속에서 그는 더욱 본질적인 인간성의 비극을, 인간성 속에 깃들어 있는 영원한 불구를 화려하게 드러내고 있다. 안창홍이 우리 미술계에서 소중히 기억되어야 하는 작가라고 내가 믿는 것이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안창홍 /최태만 [6]
   안창홍전-죽음의 콜렉션(글/이선영)(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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