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 똥







안창홍 평론모음
AHN CHANG HONG ' CRITIC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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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의 무대 /글: 베레나 알 베스-리히터 2012/12/11
안창홍은 예술가와 대상 사이의 복잡한 관계가 갖는 흥미롭고 매력적인 양상을 모색하며 항상 자신을 이에 연루시키는 듯 보인다. 이는 그의 그림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에 영향을 미치며 종종 관람하는 행위를 매우 혼란스런 경험으로 만든다. 예들 들어 “베드 카우치”와 같은 작품에서 보이는 초기 누드화의 묘사에는 공격성이 내재되어 있는데 이는 모델들의 도발적인 포즈에 대한 성적 요소(sexuality)의 과도한 묘사뿐만 아니라 그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부터 기인한다. 이들 모델들은 비록 작가의 요구에 의해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작업실에 놓인 너무 좁게 느껴지는 나무 벤치 위에서 다소 어색하며 약간은 외설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으며 매우 기이하며 소외된 듯(displaced) 보이나 이들은 뒤를 돌아보며 끊임없이 작가에게 저항하는 것 같다. 안창홍은 다소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작업실에 루시앙 프로이트가 사용했던 소품 같은 것들이나 개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즉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프로이트의 그림에서처럼 대단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여지는 유채(oil paint)로 그린 풍경으로 화한 수동적으로 잠든 모델의 살덩어리가 아니라 묘사 당하는 모델(the depicted)이 보여주는 생동감 넘치며 성적으로 공격적인 저항의 모습이다. 그의 모델들은 자신들의 성격을 결코 드러내는 법이 없으며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이들 통해 이들은 인생, 혹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겪는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는다.

여기에 전시된 작품에서 안창홍은 묘사에 대항하는 주체의 반항을 재차 다룬다. 그는 그림, 그래픽, 사진, 영화 등과 같은 매체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이 연작에서 그는 골동품 가게나 경매를 통해 구입한 50여 년 전의 사진으로 되돌아 간다. 언뜻 보면 이 작품들은 작가가 간혹 자신들의 가족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특징 없는 기억들(anonymous memories)을 묘사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안창홍은 1979년부터 사진을 작업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진의 표면에 그림을 그려 변화를 주거나 사진을 잘라내 그 조각을 붙이거나 이로 인해 생긴 틈을 색으로 채우거나 관람객과 대상 사이에 의도적으로 거리감을 발생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사진을 이용했다. 그의 누드 그림과 달리 이 작품들에서 묘사된 대상들은 모두 반항적으로 사물을 응시하는 대신 눈을 감고 있다. 직접적인 시선의 묘사를 피하고 있음에도 안창홍은 반항적인 시선으로 우리의 흥미를 자극했던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고 있다. 2004년 이후 제작한 “49인의 명상” 연작에서 49인의 인물묘사를 통해 그는 감은 눈과 관련된 주제의 실험에 착수했다.

사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목적을 갖는 사진적 기록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창홍은 결혼사진, 연인들, 혹은 자녀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이용한다. 이 사진들은 피사체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미장센(mises-en-scene)만을 보여준다. 이 단체사진들은 여러 개인들을 포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어떠한 상호작용(interaction)도 보여주지 않는다. 군복, 교복, 웨딩드레스, 전통의상을 입은 인물들은 경직되어 보이며 자신들이 시진을 찍은 목적이 공식적인 것임을 시사한다. 안창홍은 얼굴표정, 의상, 포즈 무엇이든 묘사된 표정을 다소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사회적이며 회화적인 관습을 다루며 인생을 표정의 극장(theater of appearance)으로 전환시킨다. 관람객들은 보통 사진 속에서 과거든 개성에 대한 통찰이든 모종의 현실을 발견하길 기대하나 안창홍은 인위적으로 모델들의 눈을 감은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델들은 우리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현재 자신들이 더 이상 살아있는 존재가 아닐 수 있음을 우리들에게 말하려는 듯 보이며 우리들이 그들의 사진을 바라보듯 이들의 시선은 자신들의 내면으로 향하고 있다. 진실한 기억은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며 진실한 시선, 역시 내면을 향한다. 우리는 단지 가장무도회(a masquerade)를 구경하고 있다. 안창홍은 이를 좌절시킴으로써 관람객의 관음증적인 욕망과 유희한다.

그의 작품에서 가족 이미지들은 이들이 그 동안 어떻게 지내왔으며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이들을 감동시키는지에 대한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에는 왕족이나 귀족들의 초상만이 그려졌으나 사진이라는 만인을 위한 소박한 매체의 등장으로 우리는 여러 세대의 운명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사진은 천시되었으며 이로 인해 기억은 더 이상 소중한 것으로 간직되지 않고 현재에 이르러 가치를 상실했다. 예술가들은 이러한 사진을 다시 삶의 일부로 되돌려 놓는다. 이들은 익명의 사람을 포착한 작은 크기의 사진을 표면적으로 변화가 없는 사회에 대한 관습적인 태도를 개선시키는 거대한 회화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그림들 중 하나는 한국여성과 아프리카 남성의 결혼식 장면을 보여주며 야자나무와 같은 기이해 보이는 소품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는 진정한 역사에 대해 말해주지 않으며 이 사진을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에 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작업실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작위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삶의 조건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 작품이 누군가를 깊이 있게 묘사한 것은 아니므로 이 작품에는 고독감이 서려있다. 안창홍의 회화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진 주제로 사회적 기대나 내적 자아의 분열을 보여주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불신이 여기에는 담겨있으며 과거와의 단절을 표현하고 있다.

사회적인 삶이 표면적인 것과 관련이 있듯 회화 역시 그렇다. 안창홍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물감과 평면적인 표면 만을 바라보고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그의 누드 작품에서 바닥에는 붓들이 흩어져 있으며 사진들은 일부러 구겨져 있거나 오래된 것처럼 보인다. 이를 통해 그는 이 사진들이 혼란한 시기를 거쳐 살아남은 것들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인위적이며 평면적인 과거의 기억을 재현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이 사진들의 표면은 격자처럼 보이는 구김(creases)이나 세월과 함께 변화된 색상으로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회색, 암갈색, 황색의 색조는 대단히 매력적인 그리자유(grisaille)처럼 보이며 이미지들에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이 뒤섞여 있는듯한 느낌(a sense of hybridity)을 준다.

안창홍은 ‘인간” 연작과 “헤어스타일” 연작과 같은 회화작품에서 파리나 해골 같은 것을 묘사했다. 이 두 대상들은 감은 눈(closed eyes)처럼 삶의 유한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그는 우리 삶의 곳곳, 인물, 세월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황폐화 되가는 표면 위에서 스멀거리며 기어 다니는 삶의 유한성을 발견한다. 한편 이들은 고전적인 의미에서 죽음의 상징(a memento mori)이며 모든 것은 빛을 상실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안창홍은 바로크 시대의 그림들과 달리 이러한 모티브들을 존재하며 즐길 수 있는 인생의 매력적인 요소에 대한 빈약한 변명으로 이용하지 않으며 대신 죽음이 유쾌한 것이든 불쾌한 것이든 항상 삶과 함께 하는 것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는 매력적인 요소와 혼란스런 요소를 결합시키며 한 측면 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는 항상 현실과 불화하는 예술가의 조건뿐만 아니라 인간의 조건을 묘사한다. 그의 내면은 고야와 닮아 있으며 보다 차분하며 현대적인 방식으로 악몽을 묘사한다. 그의 “침울한 침묵 가운데 표현된 회색 절망”(despair in grey rendered amid gloomy silence)이라는 묘사는 전시된 작품에서 가면의 힘을 지닌 다소 기이한 유령에 의해 촉발되는 불편한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불편한 진실’을 둘러싼 세 이야기/심 상 용 · 미술평론가
   안창홍의 사진_회화/고충환 (미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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